한국 현대미술사에 족적 ‘단색화’ 작품 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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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사에 족적 ‘단색화’ 작품 한 자리

‘단색화: 무한과 유한’ 주제 하정웅컬렉션展
5월 25일까지 하정웅미술관…회화·아카이브
이우환·곽인식·박서보 등 5개 섹션 구성 진행

이우환 작 ‘From Point’(1982)
하정웅 명예관장의 기증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하정웅컬렉션이 올해도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하정웅 명예관장의 기증 실천은 아무나 실천할 수 없기에 더 사표가 되고 있다. 하 명예관장은 1993년부터 현재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 2603점의 작품을 기증했다. 이렇게 소장하게 된 작품들은 광주시립미술관의 기증작품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는데 충분했다.

하정웅컬렉션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메세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전시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가들의 소장가치가 높은 작품이 즐비하다. 이런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윤익)은 ‘단색화: 무한과 유한’이라는 타이틀로 2025년 하정웅컬렉션전을 지난 3월 21일 개막, 오는 5월 25일까지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출품작은 회화 48점과 아카이브 30여점 등 총 80여점

‘단색화: 무한과 유한’이라는 주제를 내세운 이번 전시에는 1970년을 기점으로 확산한 한국 단색화의 대표작가인 이우환을 비롯해 곽인식, 박서보, 하종현, 정영렬, 허황, 최명영, 윤형근, 정상화 작가 등의 작품이 출품돼 선보이고 있다.

곽인식 작 ‘Work 81H’(1981)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점과 선, 그리고 여백’, ‘표면에서 빛으로’, ‘시각적 촉각’, ‘사유의 시간’, ‘반복, 시간의 축적’ 등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점과 선, 그리고 여백’ 섹션에서는 이우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우환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로 모노하(物派) 운동의 이론적 기반 정립에 기여한 인물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점과 선’ 시리즈는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습득한 전통 서예와도 연결된다. 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물질과 공간, 깊은 동양적 사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에 구현된 반복적으로 찍힌 점과 그어진 선은 신체의 움직임을 동반한 수행적 행위이며 동양적인 기와 생명력을 구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두 번째 ‘표면에서 빛으로’ 섹션에서는 곽인식 작품이 출품됐다. 곽인식은 일본의 모노하(物派) 운동과 1970년대 한국의 단색화 기반 형성에 중요한 작가이다. 그는 모노하의 흐름이 싹트기 이전인 1950년대부터 이미 사물의 물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둥근 붓으로 일본 종이 화지(和紙)에, 작은 타원형의 맑고 투명한 일정한 색상 점을 찍는 평면작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해 왔다.

세 번째 섹션 ‘시각적 촉각’에서는 하종현, 정영렬의 작품이 선보인다. 하종현과 정영렬은 재료의 물성을 강조하는 형식을 취하며 촉각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한지와 대마천, 그리고 물감이 가지고 있는 물성을 최대한 살려 작업을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물질의 질감과 물질의 속성을 고민하고 화면의 본질적인 개념을 추구한다.

네 번째 섹션 ‘사유의 시간’에서는 박서보의 대표 작품을 접할 수 있다. 박서보는 1973년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묘법’ 시리즈는 일정한 패턴과 반복된 선으로 이뤄지며 행위의 반복을 통해 화면은 균질적으로 보이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작업은 멀리에서 보면 평면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무수히 반복된 선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반복적 행위는 자기 성찰의 과정의 연장선이며 자신을 뒤돌아보는 수사유의 관점이 내재돼 있다.

박서보 작 ‘묘법 No.6-80’(1980)
정영렬 작 ‘적멸 84-P11’(1984)
이외에 마지막 섹션 ‘반복, 시간의 축적’에서는 허황, 최명영, 정상화, 윤형근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1970년대 단색화의 반복적인 그리기 행위는 강압적인 군정 속에서 저항감과 의지,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는데 효율적인 양식으로 선택했다.

작가들은 점찍기, 선 그리기, 색의 덧칠하기 등 반복된 행위가 지속되면서 완성한다.

한국 단색화 대표작가인 허황, 최명영, 정상화, 윤형근은 신체성을 강조한 행위의 반복을 통한 수신(修身)을 통해 무한한 정신성의 드러내는 내적 의미를 강조한다.

윤익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하정웅 명예관장의 메세나 정신을 되새겨 보고 한국을 대표하는 단색화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립미술관은 하정웅 명예관장 같은 분들의 기증에 힘입어 지역 공립미술관 중 손꼽히게 우수한 소장품을 보유하게 됐다.

하정웅 명예관장의 기증 작품 중에는 곽덕준, 곽인식, 문승근 등 주요 재일코리안 작가의 작품과 피카소, 샤갈, 달리, 루오, 앤디 워홀 등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 그리고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오승윤, 홍성담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총망라돼 있다. 하정웅컬렉션은 개인소장가가 수집한 컬렉션으로서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양적, 질적인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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