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인 추모 1주기…걸개시 전시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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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신경림 시인 추모 1주기…걸개시 전시회 열린다

동국문학인회·동국대 문과대학 30일까지 교내 팔정도 일원
정희성 문효치 문정희 홍신선 도종환 이재무 박형준 등 출품
시화집 이어 유고시집 발간…걸개시 전시 개막식 2일 오후 2시

동국대 교정에 자리한 신경림 시인의 시 ‘목계장터’ 시비.
시 ‘농무’ 등 한국 현대시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신경림 시인(1935∼2024)이 떠난지 벌써 1년이 됐다. 1주기(5.22)를 앞두고 그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걸개시 전시회’가 마련됐다.

동국대학교(총장 윤재웅)는 동국대 출신 문인 단체인 동국문학인회(회장 김금용)와 동국대 문과대학(학장 김춘식) 공동 주관으로 신경림 시인을 추모하는 시를 모아 1일에서 오는 30일까지 교내 팔정도 일원에서 ‘걸개시 전시회’를 갖는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전시와 시화집 출간은 2024년 5월 22일에 작고한 고 신경림 시인을 추모하는 1주기를 맞아 기획된 것으로, 평소 신경림 시인과 친분이 있던 시인들을 망라해 동국대 출신의 후배시인 40여명이 시인에 대한 추모시를 창작했다.

걸개시 전시에는 정희성 문효치 문정희 홍신선 도종환 이재무 박형준 함명춘 박판식 박소란 유계영 시인 등 40명이 동참해 40여 편의 작품을 출품했다. 또 전시 작품들은 시화집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에도 수록돼 2일 출간된다.

특히 신경림 시인의 친필시 ‘초원’을 걸개시로 제작한 작품을 비롯해 5월 초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될 예정인 유고시집에 실릴 작품 세 편도 다른 대표작과 함께 선보인다.

이번에 선보일 ‘초원’은 ‘지평선에 점으로 찍힌 것이 낙타인가 싶은데/꽤 시간이 가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나무토막인가 해서 집어든 말똥에서 마른 풀 냄새가 난다.//짙푸른 하늘 저 편에서 곤히 잠들었을 별들이 쌔근쌔근 코고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도무지 내가 풀 속에 숨은 작은 벌레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내가 가서 살 저 세상도 이와 같으리라 생각하니//갑자기 초원이 두려워진다.//세상의 소음이 전생의 꿈만 같이서아득해서/그립고 슬프다.//2015.8.14. 만해마을에서 신경림 쓰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초원’은 2015년 창작한 것으로 이 시를 쓸 당시 시인이 마치 생의 말년을 예감하듯이 적은 내용이어서 시의 의미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읽힌다는 평이다.

이 추모행사를 준비한 김춘식 문학평론가(문과대 학장)는 시 ‘초원’에 대해 “평소 친필시를 남기지 않는 신경림 시인이 후배 시인 모씨가 ‘하도 졸라대서’ 써준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친필시 구절 중에 ‘전생의 꿈만 같이 아득해서’가 ‘전생의 꿈만 같이서 아득해서’로 잘못 쓴 것이 오히려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신경림 시인은 시집 ‘농무’로 제1회 만해문학상을 받은 이후 90년대 후반까지 대표적인 ‘민중시인’으로 평가받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시 세계의 폭이 더욱 넓어져서 초기시의 서정성을 더욱 깊게 완성하는 동시에 21세기적인 상황 속에서의 시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개인적 체험과 한국의 근대사가 교차하는 장면을 통해 함축적으로 드러냈다. 미발간 유고작의 상당수는 짧은 단형의 서정시로 완성도가 높고 시인의 사람과 인정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잘 드러나 있다.

이외에도 5월 중에는 신경림 시인에 대한 다양한 추모 행사가 거행될 예정이다. 우선 동국대 주최로 15일 교내에서 ‘신경림 시인 유고 시집 출간 기념 및 추모 1주기 문학제’가 마련되며, 신경림 시인의 고향인 충주 일원에서도 동국대와 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신경림 시인 1주기 추모 신경림 문학제’ 그리고 충주시 탄금호 일대에서 동국대 주최, 동국대 문과대학, 동국문학인회 공동주관으로 ‘신경림 시인 추모 걸개시 전시회’ 등이 예정돼 있다.

한편 1주기 추모 걸개시 전시회 개막식은 2일 오후 2시 유족대표 신옥진씨, 동국대 윤재웅 총장,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시인)과 동국문학회 회원을 포함해 내외빈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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