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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법정에서 재판 청탁을 사주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피고인을 질타해 화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3단독 장찬수 부장판사는 제402호 법정에서 도박장소개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를 포함한 피고인 13명의 선고공판을 열었다.
장 부장판사는 선고 공판을 시작하기 직전 피고인 A씨(43)에게 “아는 사람으로부터 ‘피고인에 대한 사건을 잘 살펴봐 달라’는 부탁을 들었다”며 “재판을 청탁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A씨는 “청탁을 한 적이 없다. B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뗐다.
이에 장 부장판사는 청탁자의 실명과 직위까지 거론하며 “어떤 사이길래 직접 전화까지 해서 청탁을 하느냐. 단단히 잘못된 생각을 한 것”이라며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고 호통쳤다.
그러자 A씨는 “친한 형님의 아는 사람이다”, “다른 지인에게 사건을 말했는데 전화한 것 같다”고 실토했다.
이에 장 부장판사는 “청탁자는 나에게 당신과 육촌 사촌이라고 했다. 왜 이것을 물어보느냐. 지금이 어느 때라고 감히 청탁을 하느냐”며 실무관에게 A씨의 발언을 사건 조서에 남기도록 지시했다.
이는 사건 조서에 판사 청탁 사실을 명기해 항소심 재판부가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A씨는 “정말 죄송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B씨와는 2~3번 만난 사이다. 친한 형님이 연락을 하신 것 같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A씨의 거듭된 선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장 부장판사는 이들에게 엄벌을 내렸다.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다른 피고인에겐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나머지 피고인들에겐 각각 300만원~7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장찬수 부장판사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청탁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를 그냥 넘기면 ‘세상이 이렇게 되는구나, 판사한테 청탁하니까 잘 넘어갔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재판은 공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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