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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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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에서 골판지 상자가 생산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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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에서 원단 생산을 위한 원지들이 대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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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에서 원단 생산을 위한 원지들이 대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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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석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장 |
농산물 유통의 기본 인프라라 할 수 있는 포장재 생산을 개별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공동출자와 공동운영을 통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다.
30년 가까운 운영 동안 수익성은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농가 부담을 낮추고 표준화된 출하체계를 구축한 ‘협동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는 1994년 7월 ‘지역농협의 공동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관리농협은 나주농협이며, 각 조합이 1계좌당 2550만원씩을 출자해 총 196계좌로 구성됐다. 설립 초기에는 단순히 농산물 포장용 상자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할은 훨씬 커졌다. 농협 브랜드 통일화, 공동구매를 통한 단가 안정, 원지 확보 경쟁력 강화, 시장 질서의 유지까지 맡고 있다.
주력 제품은 농업용 골판지상자와 쌀 지대(포대)다. 농협 조합원이 직접 출하하는 쌀, 배추, 과일, 감귤, 딸기 등 각 품목의 특성에 맞게 포장규격을 맞춤 생산한다. 맞춤형 포장재를 대량생산함으로써 개별 조합의 부담을 줄이고 표준화된 출하체계를 지원한다. 특히 농협 계통사업 특유의 ‘공동구매-공동생산’ 구조 덕분에 원지 확보와 단가 경쟁력에서 안정성을 확보했다.
사업소의 생산능력은 상당하다. 하루 골판지 상자 6만매, 지대 3만매 등 총 9만매, 연간으로는 3000만매 규모를 처리할 수 있다. 공장 부지는 광산구 삼거동 9893㎡ 규모로, 주요 생산동 외에도 폐수처리장, 보일러실, 창고 등 설비를 갖췄다.
생산 공정은 수주·디자인 개발→원단 생산→인쇄→가공·출하 순으로 이어진다. 농협별 주문에 맞춰 수지를 확정하고, 원지 재단과 인쇄·봉함·철작업까지 일괄 처리된다. 이를 통해 각 조합은 필요한 시기에 안정적으로 포장재를 공급받는다.
공장 곳곳에는 안전관리와 환경 규정을 강조하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는 단순한 생산현장이 아니라, 농협이 주도하는 ‘표준화된 제조 시스템’의 상징이다. 현재 임직원은 임원 1명을 비롯해 직원, 기능직·계약직 포함 총 30명 내외. 인력은 많지 않지만, 자동화 설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소규모 정예 운영이 가능하다.
한 직원은 "한 박스라도 인쇄가 흐리거나 접착이 불량하면 납품이 거절된다"며 "농협 이름이 찍혀 나가는 만큼 품질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형적 성과와 달리 수익성은 녹록지 않다. 사업소 매출은 2022년 131억원에서 2024년 107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 비중은 여전히 95%를 넘었다. 국제 원지 가격 상승과 물류비, 전기요금 인상 등이 겹친 탓이다. 그 결과 영업손익은 2023년 3억9000만원, 2024년 3억5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이자 및 배당금 수익 등 영업외수익이 일정 부분을 상쇄하고 있다. 포장재 가격 급등과 경기 둔화 속에서 농가 부담을 최소화하다 보니 수익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사업소의 존재 목적이 ‘농가 지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동 운영의 의미가 훨씬 크다.
실제로 사업소는 설립 이후 2010년까지 누적 85억원의 배당을 실시했지만, 2011년 이후에는 적자 누적으로 배당이 중단됐다. 그럼에도 참여 농협들의 이용 비율은 2024년 기준 84%에 달한다. 대부분의 지역농협이 여전히 공동공장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는 단순한 생산시설을 넘어 농협의 ‘협동’ 철학을 상징하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개별 농협이 각자 포장재를 발주하면 단가가 들쭉날쭉해지지만, 공동생산 체계를 통해 품질과 가격을 통일함으로써 시장 질서도 안정시킨다.
또한 지역 중소 농협들이 포장재 확보에 들이는 행정 부담을 덜어주고, 납품 기한과 품질 관리도 일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따라 친환경 포장재 전환도 적극 추진 중이다. 사업소는 플라스틱 필름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포장재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생분해성 소재와 수성잉크 인쇄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전남 지역 농산물이 ‘환경친화적 포장’의 모범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조종석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장은 "원재료 가격 변동과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도 안정적인 박스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농업인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 사업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농가의 경영비 절감과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농협의 본래 역할을 지키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이승홍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