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남도 문화예술의 ‘초광역 르네상스’를 향한 담대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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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세평] 남도 문화예술의 ‘초광역 르네상스’를 향한 담대한 여정

김홍석 G-Kunst연구소장

김홍석 G-Kunst연구소장
광주시와 전남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지역 사회의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적 효율성과 메가시티 전략이 논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 통합의 가장 강력한 내적 동력이자 시민들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단연 ‘문화예술’이다. 도시와 농어촌이 공존하는 이 거대한 공동체는 행정 장벽을 허무는 순간,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의 문화 엔진으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미래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가져올 긍정적 여건과 부정적 우려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정책적 고려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선행돼야할 것이다.

유럽의 선진 사례는 행정 경계를 초월한 연대가 도·농 복합 구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좋은 지표로 보여주고있다. 독일의 루르(Ruhr) 지역은 과거 탄광촌이었던 농촌과 중소도시들이 ‘루르 2010’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문화 그물망을 형성했다. 이는 특정 대도시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산업 유산을 예술적 자산으로 탈바꿈시킨 모델로, 우리에게 ‘네트워크형 문화 생태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프랑스의 메트로폴(Metropole) 정책 또한 도시의 고급 인프라를 주변 농촌으로 확산시키고 농촌의 전통 자산을 도시의 창의성과 결합하는 상시적 협력 체계를 통해 지역 불균형을 극복해 왔다. 광주와 전남의 통합 역시 이러한 초광역적 상생의 틀 안에서 남도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행정통합이 실현될 때 기대되는 가장 큰 긍정적 여건은 ‘남도 문화권 거주권’의 형성과 그로 인한 활동 외연의 확장이다. 기존에는 광주의 공연을 전남도민이 관람하거나 전남의 축제에 광주 시민이 방문하는 수준의 단절된 소비에 그쳤으나, 통합 후에는 활동의 물리적·심리적 경계가 사라질 것이다. 광주의 풍부한 기획 인력과 청년 예술가들이 전남의 빈집이나 폐교를 창작 스튜디오로 활용하고, 전남의 전통 장인들이 광주의 첨단 미디어아트 기술과 협업하는 ‘영감의 확장’이 상시화될 것이다. 또한 지자체별로 중복되었던 유사 축제와 공모 사업을 통·폐합함으로써 예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320만여명의 시·도민을 단일한 문화 향유층으로 확보해 예술가들의 경제적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반면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정적 여건과 위험 요소도 명확하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인프라와 자본이 집중된 광주 대도시권으로 모든 문화 역량이 쏠리는 ‘문화적 빨대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전남의 소규모 농어촌 지역은 문화적 자생력을 잃고 도시의 배후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또한 서로 다른 지원 체계와 보조금 기준을 가진 두 지자체가 하나로 합쳐질 때, 기존 혜택의 축소를 우려하는 예술인들의 갈등과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농어촌 기초 단위에서 유지돼 온 소박한 풀뿌리 문화 활동들이 거대 담론과 대형 프로젝트에 밀려 예산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경우, 남도 문화의 근간인 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통합 문화 시대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정교한 정책적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먼저 통합 문화재단을 구축하되 광주는 ‘글로벌 마케팅과 기술 융합’에, 전남은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과 전통 자산 현대화’에 집중하는 전략적 분업을 명문화하는 권역별 특화 지원 체계를 제시해 본다. 이와 함께 통합 문화 바우처를 도입하고 대중교통망과 연계한 ‘문화 셔틀’을 운영해 농어촌 주민들의 접근성을 물리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형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농어촌 마을 단위의 소규모 창작 활동에 대한 예산 쿼터제를 운영해, 거대 행정 조직 내에서도 다양성이 보존될 수 있는 제도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사료된다. 최근 행정통합 문화·관광분야 시민 공청회에서 대두됐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활용 문제, 문예진흥기금 조성 및 문화예술인 창·제작지원, 창작공간, 관광의 접근성까지 이를 실행하는 실행력까지 총괄적 검토와 재정립이 필요하다.

유럽의 사례가 증명하듯 행정의 통합은 곧 ‘시장의 통합’이자 ‘남도다움의 세계화’를 의미한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수도권 중심의 문화 일극 체제에 대응하는 강력한 자생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통합은 단순한 지리적 합병을 넘어 도시의 세련미와 농어촌의 투박한 진정성이 만나 새로운 남도의 색깔을 창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제 소모적인 예산 논쟁을 넘어 남도의 예술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내기 위한 담대한 설계를 시작해야 할 때다. 행정통합이라는 커다란 그릇 위에 남도의 유구한 예술적 혼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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