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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단한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하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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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골목마다 활짝 핀 하화도의 꽃 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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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화도 탐방로의 시작을 알리는 벚나무와 여행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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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화도 꽃섬길 꽃섬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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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화도 꽃섬길 선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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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화도 꽃섬길 시짓골전망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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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화도 꽃섬길 꽃섬다리 |
여수시 화정면 바다 남단에 보석처럼 박힌 하화도(下花島)는 이름부터가 낭만적이다. 북쪽에 이웃한 상화도(上花島)와 더불어 ‘꽃섬’이라 불리는 이곳은 매년 봄이면 섬 전체가 거대한 꽃바구니로 변모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이름 뒤에는 거친 역사의 파도를 넘어야 했던 민초들의 삶이 서려 있다.
하화도의 역사는 약 400여년 전 임진왜란의 포화 속에서 시작된다. 기록과 구전에 따르면 인동 장씨(仁同 張氏) 일가가 왜란의 화를 피하고자 뗏목에 몸을 싣고 남하하던 중 바다 위에 꽃이 만발한 이름 모를 섬을 발견하고 정착한 것이 마을의 시초다. 전쟁의 공포를 피해 찾아든 이들에게 벼랑 끝에 핀 꽃들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였을 것이다.
또 다른 설화는 이순신 장군과 맞닿아 있다. 전라좌수사 시절 이 일대를 항해하던 이순신 장군이 섬에 핀 꽃들의 화사함에 매료돼 ‘화도(花島)’라는 이름을 하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처럼 하화도는 전란의 아픔을 꽃으로 승화시킨 치유의 섬이자, 다도해의 거친 바다 위에서 생명을 이어온 강인한 터전이다.
△국내 최초 섬지역 ‘태양광 발전소’ 발상지
하화도는 단순히 경치만 좋은 섬이 아니다. 대한민국 에너지 역사에 있어 매우 상징적인 이정표를 세운 곳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 육지와 떨어져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이 작은 섬은 대한민국 최초의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된 ‘에너지 자립섬’의 효시가 됐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1980년대 도서 지역 전력난 해소를 위해 하화도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당시 기술로는 파격적이었던 태양광 발전 설비가 구축되면서 등잔불에 의지하던 섬 주민들은 비로소 전등 아래서 밤을 밝힐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전력 공급을 넘어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탄소 중립’과 ‘신재생 에너지’의 가치를 수십 년 앞서 실천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현재는 설비가 현대화되고 규모도 커졌지만 마을 뒤편에 자리한 태양광 패널들은 하화도가 지닌 ‘친환경 생태 섬’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연의 빛으로 삶을 밝혀온 이 섬의 역사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섬’의 모델과도 완벽히 궤를 같이한다.
△5.7㎞ ‘꽃섬길’…바다 위 걷는 명품 트레킹
하화도 여행의 정수는 섬 전체를 한 바퀴 휘감아 도는 5.7㎞의 ‘꽃섬길’에 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조성된 탐방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힐링 코스다. 선착장에서 시작해 마을 안길을 지나 본격적인 숲길로 접어들면 왼쪽으로는 기암괴석이 즐비한 해안 절벽이, 오른쪽으로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길동무를 자처한다.
봄의 하화도는 시기별로 옷을 갈아입는다. 3월 초순에는 붉은 동백꽃이 툭툭 떨어지며 길 위를 수놓고, 3월 말부터 4월까지는 진달래와 유채꽃, 찔레꽃이 만발한다. 특히 해안 능선을 따라 피어난 야생화 너머로 보이는 다도해의 푸른 바다는 마치 화가가 그려놓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길을 걷다 만나는 전망대들은 저마다 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낭끝 전망대’에 서면 제도와 개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시짓골 전망대’에서는 사도와 추도 등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유명한 인근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층층이 겹쳐진 섬들의 능선은 옅은 해무와 어우러져 동양화 속 선계(仙界)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00m ‘꽃섬다리’·용의 숨결 간직한 ‘용굴’
꽃섬길의 절정은 단연 ‘꽃섬다리’다. 두 개의 해안 절벽 협곡을 연결한 길이 100m, 폭 1.5m의 출렁다리는 하화도의 랜드마크다. 지상 65m 높이의 허공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 위에 서면 발아래로 부서지는 파도가 아찔한 스릴을 선사한다. 다리 한가운데서 마주하는 바닷바람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단번에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꽃섬다리 아래쪽으로는 거대한 해식동굴인 ‘용굴’이 숨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 살던 용이 승천하며 남긴 흔적이 지금의 동굴이 되었다고 한다. 밀물 때 파도가 동굴 안으로 밀려들며 내뿜는 웅장한 소리는 마치 용의 포효처럼 들린다. 썰물 때는 동굴의 기묘한 입구가 온전히 드러나 자연의 경이로움을 더한다. 수만 년의 세월 동안 파도와 바람이 깎아 만든 용굴은 하화도가 품은 가장 깊고 비밀스러운 장소다.
△주민 삶과 공존하는 ‘살아있는 섬’
관광지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하화도는 여전히 주민들의 삶이 치열하게 이어지는 ‘생활의 터전’이다.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은 여느 섬마을과는 다른 정갈함이 느껴진다. 주민들은 멸치, 문어, 낙지 등을 잡는 연안 어업과 더불어 척박한 땅을 일궈 마늘과 고구마를 재배한다.
최근 하화도 주민들은 관광객 유입에 따른 환경 오염을 경계하며 스스로 ‘섬 가꾸기’에 앞장서고 있다. 마을 안길의 낮은 돌담을 정비하고, 길가에 꽃씨를 뿌리며, 해안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이 일상이 됐다. “우리가 사는 터전이 예뻐야 오는 사람도 행복하다”는 주민들의 소박한 철학은 하화도를 더욱 빛나게 하는 힘이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하화도가 그리는 미래
이제 하화도는 올해 개최되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통해 세계적인 생태 관광지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전 세계의 섬들이 가진 가치를 공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장이다. 하화도는 인근의 사도(공룡 섬), 낭도(막걸리와 둘레길)와 연계돼 여수 서부권 섬 관광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화도가 제시하는 모델은 ‘저밀도·친환경 관광’이다. 대규모 리조트나 인위적인 시설물보다는 기존의 탐방로를 유지하고, 섬이 가진 고유의 생태계를 보전하며 여행객들에게 진정한 휴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박람회의 주제인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와도 일맥상통한다.
여수시는 하화도의 태양광 발전 역사와 생태 트레킹 코스를 결합해 탄소 배출 없는 ‘청정 섬 투어’ 프로그램 개발도 구상하고 있다. 육지의 영취산 진달래 축제와 하화도의 야생화 개화 시기를 연결한다면 봄철 남도를 대표하는 최고의 여행 상품이 될 것이다.
박영채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하화도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생태, 그리고 미래의 에너지 가치가 공존하는 특별한 섬이다”며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통해 하화도의 진면목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전남을 대표하는 ‘K-섬’의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벼랑 끝 척박한 바위틈에서 피어난 꽃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임진왜란의 피난처에서 대한민국 에너지 자립의 상징으로, 이제는 전 세계인이 찾는 힐링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는 하화도. 다가오는 봄, 다도해의 푸른 물결 위로 번지는 동백 향기를 따라 하화도의 꽃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엔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자연의 위로와 삶의 강인함이 함께 피어있다.
박정렬 기자 holbul@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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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5 (수) 15: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