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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천하 청년농업인 |
청년농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가장 거대한 벽은 단연 ‘자금’과 ‘농지’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책자금이 확대됐다고 하지만, 이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보다 시작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부채’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현대식 스마트팜 온실 한 동을 짓는 데만 수억이 들어가는 데다 치솟는 농지 가격까지 더해지면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농들은 시작과 동시에 수억 원의 빚을 안고 영농을 시작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시설을 갖추더라도, 곧바로 안정적인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물(生物)을 다루는 농업의 특성상 기술 숙련과 환경 적응에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이나 가뭄, 예측 불가능한 병해충 등 자연재해라도 한 번 맞닥뜨리면 첫해 농사를 통째로 망치기 십상이다.
소득이 전무하거나 미미한 상황에서 거액의 대출 이자와 상환 기일은 빠르게 다가오고, 이는 청년농을 신용불량의 위기로 내모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정부가 3년간 지급하는 영농정착지원금(월 최대 110만원)이 단기적인 버팀목이 돼주기는 하지만, 시설 투자비 상환이나 농자재 대금, 가계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농지 구하기 역시 하늘의 별 따기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을 통한 장기 임대 제도가 존재하지만 청년농들이 원하는 우량 농지나 시설 원예에 적합한 입지의 토지는 기성 농업인들이 선점하고 있거나 매물 자체가 드물다. 어렵사리 구한 임대 농지가 용수 시설이 불량하거나 진입로가 좁아 기계화 작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초기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경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결국 농지 확보 실패와 자금 압박, 소득 불안정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많은 청년농들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농을 선택하거나 다시 도시로 야반도주하듯 떠나고 있다.
기술 교육과 판로 개척의 한계도 실패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청년농의 상당수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을 지향하지만, 현장의 교육은 여전히 이론 중심이거나 단기 체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환경제어 시스템의 오작동이나 데이터 분석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현장에서 즉각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 컨설팅 인프라가 지방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산에 성공하더라도 대형 유통망이나 도매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기성 유통 상인들의 가격 후려치기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농사만 잘 지으면 되겠지’라는 순진한 기대는 냉혹한 유통 현실 앞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여기에 더해 열악한 정주 여건과 문화적 소외감은 젊은 농부들의 정신적 고립을 심화시킨다. 의료·문화·교육 인프라가 전무한 농촌 환경은 청년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을 고민하는 청년 부부들에게 정착을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기성 농업인 중심의 지역 사회와 작목반에서 겪는 텃세와 문화적 갈등 역시 청년들이 농촌에서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떠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청년농업인의 실패는 단순히 개인의 파산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농촌 활력 저하와 국가 농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사회적 손실이다. 이제는 청년들을 농촌으로 유입 시키는 양적 확대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들어온 청년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정착’을 돕는 정교한 출구 전략이자 안전망 중심의 질적 전환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초기 자금 지원 방식을 대출(융자) 중심에서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년들이 빚더미 위에서 영농을 시작하지 않도록,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스마트팜 시설을 직접 건립해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장기 임대해 주는 ‘공공임대형 스마트팜’ 공급을 대폭 확대도 한 가지 방안이다.
아울러 청년농이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자본을 축적할 때까지 자산 형성의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은 물론 영농 주기를 고려한 대출 자금의 상환 기간 연장, 초기 재해 발생 시 상환을 유예해 주는 금융 안전망 도입 등도 요구된다.
정부는 농촌 유입을 유도하는 화려한 청사진에 가려 정작 현장의 청년농들이 어떤 애로사항 속에서 무너지고 있는지, 왜 실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때다.
송천하@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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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0 (수) 1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