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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협 사이에 서서’(도서출판 작가 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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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
이 시는 ‘해협 사이에 서서’라는 시작품 일부다. 시인이 말하는 해협은 경계를 말한다. 경계는 이쪽과 저쪽의 사이를 말한다. 사이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한국과 일본 사이를 극명하게 지칭한다. 우리는 한때 경계인들의 삶을 많이 목도했다. 한국 사람도, 일본 사람도 아닌 사람들 말이다. 여기에는 우리민족의 비운이 고스란이 투영돼 현실을 증언한다. 시인 역시 오랜 시간 일본에 공부하러 다녀왔다. 그 누구보다 그는 경계인의 삶을 피부적으로 절절하게 느꼈을 터다. 주인공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언어 공간을 넘나들며 문학적 다리를 놓아온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가 그다. 그는 일본에서 등단해 한일 양국을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이런 그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집을 내놓았다. 일본에 낸 첫 시집에 이어 두 번째 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도서출판 작가 刊)가 그것. 경계의 극복은 시작품에서 밝혔듯 통절한 반성과 진심의 사죄가 전제돼야 사이는 해협처럼 벌려진 틈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마음의 거리와 같다는 시각이다. 이렇게 해야 경계를 극복하고 ‘언어와 언어 사이’와 ‘문화와 문화 사이’를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일 역사의 경계에 놓인 삶에 대한 시인의 시적 사유는 시집 속에 넘쳐난다. ‘국경선을 향하여’, ‘바다 건너온 헌옷’, ‘길 잃은 연락선’, ‘경계를 허물며’ 등 1∼3연에서 주로 많이 목격된다. 4연만이 그의 일상에서 착상된 시편들이다.
이번 시집은 전반에 걸쳐 일상 속 사물과 행위, 생명 현상이 인간 실존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정밀하게 다루는 가운데 한일 사이의 해협과 역사적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시선은 점차 우리의 생활 가까이 내려온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마음은 그림 밖에 있었’고 ‘이별의 끝에서 말’(욱일기)을 했어야 했던 시인은 역사의 지층이 여러 겹 쌓은 바다에서 일본의 침탈의 바다에서부터 현재의 바다까지를 조망하며 ‘바다와 바다 사이’ 붉어진 ‘서쪽 하늘’을 보고 ‘내일을 여는 빛’(이하 ‘가을 하늘’)을 응시하는 듯하다.
특히 수록시들은 성급함과 신중함(서투른 채취), 땅 밖과 땅 안(식목일), 외세의 풍랑과 내면의 올곧음(풀잎 예찬) 등 수많은 실존적 ‘경계’가 삶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섬세하게 포착하는가 하면, ‘풀잎 예찬’ 등 같은 작품처럼 생명과 시련, 외세의 풍랑과 저항, 생명 탄생의 실존을 안과 밖에서 들여다보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시집은 ‘말과 침묵 사이’를 비롯해 ‘국경 너머로’의 언어, 역사, 국가라는 담론을 넘어서, ‘사이에 선 풍경’과 ‘일상의 위로’ 등 4부로 구성, 분주한 일상 틈틈이 창작해온 시 60편이 수록됐다.
김정훈 시인은 자서를 통해 “역사와 일상은 서로 뒤엉켜 있다. 기억을 싣고 들이치는 파도처럼 이 시집은 파도의 이야기다. 잠잠한 시가 아니라 출렁이는 시, 요동치는 시 부서지는 이들의 이름을 불러볼수록 여백은 불거진다. 옮기지 못한 진한 슬픔이 남는다. 해협 사이에 서서 오늘도 건너지 못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바다를 향해 묻는다”고 밝혔다.
이명한 원로 소설가(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는 표사를 통해 “한일문학의 상호 교류와 번역 활동 등을 통해 느낀 소회를 바탕으로 해협을 정시하는 소통의 메시지를 새기고 있다. 일본 문단에서 활동하면서 국내 문예지에도 작품을 발표해온 그가 이번에 귀한 창작시집을 세상에 선보인다”고 했고, 김준태 시인은 “대학에 몸 담고 있으면서 학교 강의와 번역, 평론, 한일문학 교류와 연대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해온 학자이다. 그의 시편들은 정체성을 세우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했다.
김정훈 시인은 1962년 전남 무안 출생으로, 조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학 연구와 시 번역에 심취하며 일본 시 전문지 ‘시와 사상’에 국내 작가 관련 평론을 발표해 오다가 2024년 여름 ‘시와 사상’에 ‘봉선화’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시집 ‘아들과 함께 보는 서울의 봄’을 출간한 바 있다. 저서 ‘소세키와 조선’,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 ‘마쓰다 도키코와 조선’, 편저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 한국어 번역서 ‘나의 개인주의 외’, ‘명암’, ‘니이미 난키치 동화선’, ‘마쓰다 도키코 시집’, 일본어 번역서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조선시인 독립과 저항의 노래’, ‘문병란 시집’, ‘김준태 시집’,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 등 다수를 펴냈다. 주오대학교 정책문화종합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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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3 (목) 1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