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주 5개 자치구의 ‘시 전환’, 백년대계로 따져야
검색 입력폼
자치

[기고]광주 5개 자치구의 ‘시 전환’, 백년대계로 따져야

이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전 부구청장

이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전 부구청장
지난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공식 출범했다. 그런데 새로운 행정체제가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또 하나의 큰 논의가 시작됐다.

광주 동·서·남·북·광산구 등 5개 자치구를 각각 일반시, 즉 기초자치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구’를 ‘시’로 이름만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세를 누가 걷고, 국가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받으며, 도시계획과 지역개발의 권한을 어디까지 기초단체가 행사할 것인가를 다시 정하는 큰 폭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이다.

광주 5개 구청장들은 전남 22개 시·군과 비교해 광주 자치구의 재정권과 행정권한이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광주지역 국회의원도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왜 구청장들은 ‘시 전환’을 요구하는가?

핵심은 결국 재정과 권한이다. 광주 5개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주도는 28.5% 수준으로 전남권 시·군에 비해 크게 낮다. 자치구가 직접 거둘 수 있는 주요 지방세도 등록면허세와 재산세 등 2개 세목이 중심인 반면 일반 시·군은 주민세·자동차세·지방소득세·담배소비세·재산세 등 5개 세목을 갖는다. 보통교부세 역시 일반 시·군은 정부로부터 직접 받지만 자치구는 그렇지 않다. 도시계획과 지역개발 등에서도 시·군과 자치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자치구의 재정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위와, 그 해법이 반드시 5개 자치구를 5개 일반시로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는 결론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돈이 새로 생기는 것인가, 주머니가 바뀌는 것인가? 시로 전환되면 자체 세원이 늘고 보통교부세를 직접 받을 수 있어 기초단체의 재정과 권한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로 바뀐다고 지역 전체의 돈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특별시 본청에 귀속되는 일부 지방세가 5개 시로 이동하게 된다. 옛 광주지역을 기준으로 본청에서 5개 시로 이관될 수 있는 세입 규모가 연간 8000억원에서 1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5개 기초단체의 재정은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특별시 본청의 재정 여력이 줄어 광역교통, 도시철도, 상하수도, 산업정책, 대규모 도시계획 등의 추진력이 약해진다면 그 영향 역시 주민에게 돌아간다. 새로 생기는 5개 시가 보통교부세를 직접 받게 될 경우 기존 전남 22개 시·군의 재원 배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따라서 ‘5개 시가 얼마를 더 받느냐’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특별시 본청과 기존 22개 시·군까지 포함해 통합특별시 전체의 재정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놓고 봐야 한다.

기초자치권이 커지는 이익과 하나의 도시로 운영해 온 효율성 가운데 무엇이 더 큰가. 그리고 두 장점을 함께 살릴 방법은 없는가. 행정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또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특수성을 인정해 광주 5개 자치구를 일반시로 전환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면 왜 광주에는 이 제도가 특별히 필요한지 다른 지역도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특별법을 개정하면 5개 시 설치는 법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법으로 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이 가장 좋은 제도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제 중요한 것은 특별시장의 선택이다. 나는 이 논의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광주 5개 자치구의 역량을 어디까지 높여줄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자치구의 가장 큰 어려움이 부족한 재정과 권한이라면, 일반시로 전환하기에 앞서 특별시가 어느 수준까지 재원과 권한을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먼저 특별법을 통해 안정적인 재정 배분 구조를 만들고, 도시계획·지역개발·조직·생활행정 등 주민과 밀접한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는 방법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재원조정교부금의 배분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자치구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 사무를 넘길 때 재원과 인력을 함께 이양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용역 결과가 단순히 ‘5개 시로 전환하면 재정이 얼마나 늘어난다’는 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행정체제는 한번 만들어 놓으면 단체장 한두 사람의 임기로 끝나지 않는다. 수십 년을 이어지고 다음 세대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 5개 구청장과 국회의원, 통합특별시가 논의를 시작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행정체제 개편의 최종 목적은 행정기관의 권한 확대나 조직의 확대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광주를 다섯 개 일반시로 재편하는 것이 그 길인지, 하나의 광주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자치구에 더 많은 재정과 권한을 주는 것이 더 현명한 길인지, 아니면 또 다른 대안이 있는지 충분히 비교해야 한다. 행정개편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만큼 더욱 그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는 일이 아니라 충분한 분석과 정보 공개, 주민 공론화를 거쳐 다음 세대까지 내다보는 행정체제를 설계하는 일이다. 지역의 행정체제는 몇 사람의 임기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주민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백년대계이기 때문이다.
이현 gn@gwangnam.co.kr         이현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