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조용히’ vs ‘정상 지휘’…장윤기 수사 검경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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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강간 조용히’ vs ‘정상 지휘’…장윤기 수사 검경 충돌

경찰특수단 "광산서 지휘부 수사 제한"
검찰 "국가수사본부가 병합수사 막아"
서로 정반대 결론…법정 공방 불가피

오동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장이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동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장이 희생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사죄하고 있다.


‘강간 조용히’ vs ‘정상 지휘’…장윤기 수사 검경 충돌

경찰특수단 “광산서 지휘부 수사 제한”

검찰 “국가수사본부가 병합수사 막아”

서로 정반대 결론…법정 공방 불가피



장윤기 사건의 부실수사 책임 소재를 놓고 경찰 특별수사단과 검찰의 수사 결과가 정반대로 엇갈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광주 광산경찰서 지휘부가 초동대응 실패 등을 감추기 위해 장윤기의 범행에서 성적 목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수사를 제한한 뒤 일반살인 사건으로 송치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국가수사본부 지휘부가 외국인 여성에 대한 폭행·스토킹 및 강간 사건과 여고생 살인 사건을 분리하도록 지시하고, 광산서의 병합수사 건의도 막았다고 판단했다.

같은 사건을 놓고 경찰과 검찰이 수사 책임의 핵심 주체를 서로 다르게 지목하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경찰 특수단 “부당한 수사 지휘는 광산서 지휘부”

두 달여간 장윤기 사건을 수사한 경찰 특수단은 당시 광산경찰서 지휘라인을 주요 피의자로 지목했다.

당시 광산경찰서장 A경무관(58)과 형사과장 B경정(55), 강력팀장 C경감(58)이 수사 지휘체계를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공모해 장윤기의 범행에서 성적 목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수사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A경무관이 B경정에게 두 사건을 연관 짓지 않고 일반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B씨가 다시 강력팀장 C경감에게 관련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모두 5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수사 조치가 이뤄졌다고 특수단은 밝혔다.

수사보고서에 담긴 ‘외국인 여성’ 관련 표현을 수정·제외하도록 한 것을 비롯해 피의자 조사에서 성적 목적과 관련한 질문 범위를 제한하고, 블랙박스 영상분석 수사보고서의 내용을 수정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분석보고서에 첨부된 수사보고서에서도 성적 목적과 관련한 내용을 빼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단은 이 같은 수사 지휘로 장윤기의 범행에 강간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규명할 수 있었음에도 일반살인죄를 적용해 송치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특수단은 21일 A경무관과 B경정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로 송치했다. C경감은 구속 송치했으며, 강력팀원 D경사도 장윤기 부친에게 범행 차량의 주차 장소와 블랙박스 확인 예정 사실 등 수사상 비밀을 전달한 혐의로 송치했다.

다만 특수단은 국가수사본부의 ‘분리수사 지시’가 사건 축소·은폐로 이어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국수본과 광주경찰청이 사건의 성적 목적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여러 차례 내렸고, 실제 수사 과정에서도 관련 정황과 증거가 확보됐음에도 광산서 지휘부가 성적 목적을 숨기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 특수단의 최종 판단이다.

광산서가 5월 11일 다시 합동수사와 일괄송치를 요청했지만, 국수본이 살인 사건을 우선 송치하고 강간·스토킹 사건은 충분히 수사한 뒤 별도로 송치하도록 한 것 역시 사건 축소·은폐를 위한 조치는 아니었다고 봤다.

특수단은 국수본과 광주경찰청의 지휘가 전문성을 고려한 수사 기능 분담과 피해자 보호,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검찰 “국수본이 병합수사 막았다”

특수단의 판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광주지검은 지난 2일 박성주 전 국수본부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장윤기의 외국인 여성 강간·스토킹 사건과 여고생 살인 사건을 분리하도록 한 주체를 국수본 지휘부로 지목했다.

검찰은 광산경찰 수사팀이 두 사건이 시간적·장소적으로 가깝고 범행 수법에도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해 병합수사를 수차례 건의했다고 봤다.

수사팀은 장윤기가 범행 이틀 전 외국인 여성을 성폭행하고 스토킹한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 진술까지 확보한 뒤 5월 8일 광주경찰청을 통해 국수본에 병합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국수본 지휘부가 두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했고, 광산서가 이후에도 병합수사와 병합송치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검찰은 특히 박 전 본부장이 “강간은 조용히 하자”, “일부러 숨기는 것은 아닌데 굳이 우리가 먼저 꺼낼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를 단순한 수사 보안이나 기능별 사건 배당이 아니라, 당시 경찰의 스토킹 초동조치 미흡에 대한 비판과 책임을 피하기 위한 수사지휘권 행사로 판단했다.

특히 살인 사건은 5월 14일 먼저 송치되고 강간·스토킹 사건은 5월 22일 별도로 송치되면서 두 사건의 연관성이 당시 송치 과정에서 함께 드러날 기회가 차단됐다고 검찰은 봤다.



△같은 사건, 정반대 결론…법정 공방 불가피

결국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검경의 수사 결과는 책임 소재에서부터 정반대로 갈렸다.

검찰은 국수본 지휘부의 분리수사 지시를 사건 축소·은폐를 위한 수사지휘로 판단해 박 전 본부장 등 4명을 재판에 넘겼고, 경찰 특수단은 광산서 지휘부가 성적 목적을 숨기기 위해 수사를 제한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송치했다.

반면 특수단은 국수본 지휘부의 분리수사 지시 자체에는 사건 축소·은폐 정황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는 두 사건의 분리수사가 정상적인 수사 기능 분담이었는지, 아니면 경찰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부당한 수사지휘였는지를 비롯해 당시 각 지휘라인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과 의도 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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