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노키드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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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균수 칼럼/노키드 존

노키드 존



서울 일부 고급 식당에서만 등장했던 노키드 존(어린이 출입금지 지역)이 최근 카페나 레스토랑을 넘어 일반 음식점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 때문에 생긴 것이지만,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문구가 아닐 수 없다.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를 관리하지 않는 부모가 죄인데도 마치 아이 있는 게 죄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노키드 존 설정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아이 기피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유모차를 모는 엄마는 대중교통을 탈 때 무료이고, 식당에서도 할인혜택을 받는다. 이 나라에서는 유모차를 쉽게 실을 수 있는 저상버스가 아닌 경우 운전기사가 직접 내려와 엄마를 도와 유모차를 끌어 올려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들어가지만 버스 승객들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북유럽 대부분 국가가 아이가 최고라는, 그 아이를 돌보는 엄마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아이 기피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상당수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거부하고 그 빈자리를 애완동물로 대체하고 있다.



아이 기피 현상의 한 단면



그러면서 사회가 아이 낳을 환경을 조성하지 않아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맞벌이 부부로 살면서 육아의 어려움에다 교육비를 생각하면 아이 키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 부모세대들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살면서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즐거움으로 받아들였다.

젊은 부부들의 아이 낳기 거부 이유가 1차적으로 사회적 환경 때문이라기보다 자기 편하자는 이기주의 발로가 아닌지 묻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는 극심한 인구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가 울지 않는 나라’, ‘세계 최하위 출산율’은 인구 절벽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OECD 평균인 1.68명보다 현저히 낮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데이비드 콜벤 교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2750년에 지구상에서 한국인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농촌지역인 전남의 인구절벽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장흥군, 신안군 등 전남 4개 지자체가 ‘인구감소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2040년이면 지역이 소멸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8개 자치단체는 소멸이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조사됐다. 2040년이면 불과 23년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다.

인구문제 해법을 위해 자치단체마다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인구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장흥군이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금을 주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오는 10월부터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이 결혼을 하면 500만 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국가존립을 위협하는 범죄



결혼장려금까지 주면서 인구를 늘려보겠다는 장흥군의 노력이 눈물겹다. 하지만 출산장려금이나 결혼장려금 지원 같은 이벤트성 정책은 타자치단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인구 늘리기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인구문제는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치단체의 소멸을 넘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결혼을 하는 게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결혼을 기피하는 것을 자꾸 이해해주고 용인해주다 보니 어느샌가 독신주의나 만혼이 요즘 젊은이들의 경향으로 굳어졌다.

현재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국인 종족은 700년 후면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인구절벽 문제 해결에 맞춰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데 지장이 없도록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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