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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국민정서는, 이미 진단된 이야기지만 험난했던 IMF고개를 넘으면서 확 바뀐 것이 사실이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정신을 바탕으로 뿌리 내려온 삶이 경제우선, 독자(獨自)생존의 험난한 파도에 휩쓸리면서 보편적 가치로 여겨왔던 ‘예의와 염치’를 밀어내버렸다.
지금의 정치인과 사회 지도자들은, 자기 자신의 수양에 힘쓰고 천하를 이상적으로 다스리는 것을 모토로 삼았던 선조들과 다르다. 대부분 대의(大義)보다 자신과 패거리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서로 합의한 규칙을 망가뜨리고,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면 한솥밥 식구마저 뭉개 버린다. 퍼석퍼석한 모래성에 사는 느낌이다.
매일 출퇴근하던 직장생활을 마치고 자유인(自由人)으로 돌아왔다. 전엔 바쁜 시간 쪼개 쓰기 바빴는데, 이젠 여유로워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과제다. ‘대한민국 다시보기’를 주제로 각 지역을 찾아 선인(先人)들의 삶을 배우는 즐거움이 크다.
그런 사이사이 살아오면서 받은 은혜를 사회에 되돌리는 ‘재능기부’ 즐거움도 얻고 있다. 강의, 청탁받은 원고작성, 청년과의 대화 등등이다. 삶의 방식을 새롭게 짜니 못 봤던 세상도 보인다.
최근 충남지역을 돌며 김대건신부, 백야 김좌진 장군, 만해 한용운 선생, 소설 ‘상록수’의 저자 심훈 선생의 생가 등을 찾았다. 그들의 일생에서 삶의 방식은 달라도 나라와 백성을 위한 헌신과 사랑을 읽었다. 고마움과 부끄러운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경기도의 황희 정승과 다산 정약용 선생 생가지, 강원도의 송강 정철 유적, 김삿갓 면, 경남의 박경리 선생 기념관 등등도 다녀왔다. 이들의 다양한 삶에 공통점이 있다면 ‘사람중심-인간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전라도 정신과도 통한다.
유적지를 돌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우리 사회와 지도자들의 모습이 오버랩 돼 왔다. 그래서 역사는 살아있는 현실이고 미래의 지침서인가 보다. 선인들의 삶과 철학에서 한 줄기 불빛을 찾는 즐거움으로 현실의 답답함을 위무(慰撫)받았다. 설렘의 여행이 답답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
얼마 전 일흔 중반의 노 화백이 이미 고인의 된 옛 스승의 유작전을 마련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고교시절 은사를 기리며 마련한 전시회라니, 요즘 세상에 어디 쉬운 일인가. 노 화백은 후학양성에도 열성이니 스승에게 받은 것 후진에게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우리의 미덕이고 전통이었다.
광주 남구문화예술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주관해 마련한 ‘인생나눔교실’에 멘토로 참여했다. 그곳에서 ‘고들남-고민을 들어주는 남자’라는 청년멘토를 만났다. 듬직했다. 미혼의 젊은 여성멘토가 다문화가족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열정을 쏟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우리 사회엔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정년퇴직을 하거나, 자녀결혼 등 가장(家長)의 큰 역할에서 벗어난 노년층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행운이었다.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 온 사람끼리 서로 걸어 온 인생역정을 회고하면서 서로의 지식과 지혜를 나눈 것이 그렇다.
모든 계층과 세대는 어쩌면 전부 ‘인생초보’가 아닐까. 삶에는 예습과 복습이 없고 남녀노소 살아가는 일이 날마다 새롭기 때문이다. 서로 의지하고 화합하며 사는 일이 중요하다. 전에는 이런 정신이 강했다. 그게 미덕이고 중요한 덕목이었다.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미래를 불안케 하는 ‘배신의 시대’는 끝내야 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서로 돕거나 도움을 받는 것. 그리고 도움 받은 사람이 또 다른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 굳이 물질이 아니어도 정신적 후원과 더불어 사는 마음이 강하면 ‘배신’은 없다. 멘토링은 현대판 ‘품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