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물가·환율 관리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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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물가·환율 관리 신경써야

이승홍 경제부 차장

[취재수첩]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1년 반 만에 멈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3일 연 3.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2021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5개월 동안 7차례에 걸쳐 연속으로 올랐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월과 10월에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기도 했다. 이번 금리 동결은 통화 긴축을 일시 중단하는 ‘숨 고르기’ 성격이 짙다. 한은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도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0.4%)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달 수출은 16.6%나 감소했다. 이달 1~20일 조업일수 기준 일평균 수출액은 14.9%나 줄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43.9% 감소했다. 무역적자도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만 186억달러에 이르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물가와 환율 움직임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고 1년 후 물가상승률 기댓값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대에서 4%대로 높아졌다. 이달 초 12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연준(Fed)이 ‘긴축 지속’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다음달 중 0.25~0.5%p 인상이 예상되는데 이 경우 미국과의 금리차가 1.5~1.75%p까지 확대돼 자본유출과 환율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물가를 잡자니 경기가 걱정이고, 경기를 끌어 올리자니 물가가 걱정인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언제까지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은 물가관리에 한층 더 신경을 쓰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환율이 흔들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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