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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경 시인 |
생명성을 모색하고 있는 이번 시집은 원초적인 생명성 탐구와 더불어 위기에 처한 생명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제시하는 동시에 생명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는 풀이다. 또 시집의 한켠에는 존재의 실존방식을 통해 보다 나은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른바 견인시 형식의 시편들로 매우 값져보인다는 귀띔이다.
특히 서정시의 본질이 절망에서 희망을, 불화에서 화해를, 그리고 유토피아를 향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면, 시인은 실존방식을 드러낸다. 이런 가운데 시인의 성찰과 통찰의 치열성은 ‘왜 시를 쓰는가?’에 대한 진중한 질문이 될 듯하다.
시 ‘발칙한 봄’에서 ‘입술’ ‘매혹’ ‘장미여관’ ‘구애’ ‘숨결’ ‘절정’ 등의 시어가 말해주듯 에로티즘을 통해 생명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시 ‘내 몸엔 모서리가 없다’에서는 생명성을 모색하는 시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원초적인 생명성 탐구와 더불어 위기에 처한 생명들의 안타까운 상황 제시, 생명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시인의 생명성 탐구는 원초적 감각을 통해 생명성의 본질을 묘파하고, 생명의 아름다움과 환희, 그리고 생명의 상처와 강인함을 일깨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 ‘콩나물’에서 ‘콘돔’ ‘발기’ ‘귀두’ 등 성애와 관련된 에로티즘적 상상력과 시 ‘발칙한 홍매화’에서 ‘자궁’ ‘홍조 띤 볼’ ‘엷은 입술’ ‘불 지핀 가슴’에서 보듯 ‘홍매화’가 꽃을 피우는 것을 “앞섶 풀어 헤치는” 여성으로 의인화 함으로써 도발적인 언술을 하고 있다.
이외에 시인의 사랑시편은 격정적이지 않아 잔잔한 물결처럼 스며든다. 주로 자연이라는 상관물을 은유적, 상징적으로 내세워 시적완성도가 높고 설득력을 갖는다. 때로는 관념을 풀어쓰기도 하고, 때로는 시인의 일어나는 연민과 그리움의 사랑의 감정들을 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벚나무 모텔’을 비롯해 ‘흰 꽃이 필 때’, ‘내 몸엔 모서리가 없다’, ‘추억 부자’ 등 제4부로 구성됐으며, 일상 틈틈이 창작해온 시 77편이 실려 있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은 “시인은 생활 주변의 화초와 나무를 보면서 생명체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한다. 대상이 생명체이든 사물이든지 간에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정감있는 언어로 말을 건네는 시인의 작업은 이 세상이 비정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면서 “정치상황이나 경제상황은 우리를 우울하게 하지만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시편을 읽으면 독자는 많은 위안을 받을 것”이라고 평했다.
정애경 시인은 2022년 ‘시와사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향기 나는 입술’, ‘도둑고양이가 물고 간 신발 두 짝’, ‘발칙한 봄’, ‘내 몸엔 모서리가 없다’ 등을 펴냈다. ‘시 나무’ 동인과 시와사람시학회 ‘시목’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광양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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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