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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 Castaspell 파도를 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는 문자와 기호를 매개로 바다를 신화적·철학적 차원에서 재해석하고, 격정적이면서도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낸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각기 다른 시공간 속에서 하늘과 조우하며 찬란한 빛과 음영의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는 대자연의 형상을, 추상적이면서도 깊이감 있게 표현한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바다를 기호학적 상상력의 심연으로 끌어들인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언어의 기본 단위인 문자를 해체하고, 반복과 왜곡, 중첩이라는 시각적 변주를 통해 바다를 ‘읽히지 않는 언어’, 즉 해독 불가능한 신화적 텍스트로 재구성했다. 텍스트는 화면 위에서 더 이상 읽히기를 거부하고, 대신 파동처럼 흐른다는 풀이다. 언어는 의미 전달의 매개를 넘어서 하나의 시각적 리듬으로 기능하며, 관람자는 이를 ‘읽는’ 대신 ‘느끼고 해석’하는 감각적 독자로 호명됐다. 이는 2024년 ‘Cast a Spell’ 전시에서 제시됐던 빛과 음의 결합이 시도했던 감각의 층위를 좀더 심화하며, 시각, 청각, 공간의 경계에서 울리는 다층적 공명을 이뤄내고 있다. 텍스트는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는 소리가 되며, 그 울림은 다시 공간을 진동시킨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가 열린 스페이스 원지는 부산 영도의 과거 산업 구조를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적 기억 위에 자리잡고 있다. 마치 잊혀진 문명의 잔해 속에서 떠오르는 기호처럼 읽히는 이 공간은 구조적 거대함과 시각적 밀도가 교차하는 가운데 전시 작품들과의 유기적인 긴장을 통해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하나의 감각적 극장으로 변모했다는 반응이다.
스페이스 원지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대해 “언어와 감각, 역사와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바다라는 오래된 신화를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호명한다. 그것은 더 이상 지도 위의 실체가 아니라, 해독 불가능한 언어의 파도로, 혹은 끝없이 미끄러지는 의미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이 전시는 그 파도를 건너는 예술적 항해의 초대장이자, 감각의 새로운 문법을 탐색하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김25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국내외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바다’ 연작은 순간적인 붓질로 용틀임처럼 솟구치는 형상을 표현하며, 강렬한 에너지와 상승감을 시각화한다. 추상적 색면과 구상적 이미지를 조화시킨 작업은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만들어낸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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