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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이철량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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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유묵(市精幽墨), 지금-여기’라는 타이틀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4 허백련미술상 수상작가-이철량 작가전’ 전경. |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윤익)은 지난 9월 18일 개막돼 오는 11월 9일까지 본관 5, 6전시실에서 ‘시정유묵(市精幽墨), 지금-여기’라는 타이틀로 ‘2024 허백련미술상 수상작가-이철량 작가전’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수상 작가전은 ‘2024 허백련미술상’ 본상 수상자인 이철량 작가(전 전북대 교수)를 조명하는 전시로, 수묵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온 작가의 예술 세계를 소개하고, 허백련미술상이 지향하는 정신과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취지다.
전시 제목에서의 ‘시정’(市精)은 자연에서 머물던 전통 수묵의 시선을 도시의 감성으로 확장한 작가의 미학을 함축하며, 여기서 수묵은 인간, 자연, 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삶을 전달하는 조형 언어로 읽힌다.
전시는 2부로 구성됐으며, 1부 ‘전통과 현대 사이-새로운 수묵’에서는 1980년대 수묵화 운동을 주도한 이철량 작가의 초기 작업을 중심으로, 수묵의 조형성과 현대적 해석을 탐구한 미학적 사유를 소개한다. ‘언덕’(1980~1984)은 일상 풍경을 소재로 먹의 번짐과 변화에 주목하며, 수묵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한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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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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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자료. |
이어 2부 ‘동시대 회화로서의 수묵-또 다른 자연’에서는 ‘도시’(2007~2018)와 ‘또 다른 자연’(2019~)을 중심으로, 도시의 구조와 그 속에 스며든 삶의 흔적을 주제로 한 최근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 특유의 필선과 여백, 먹의 질감은 도시의 기억을 시각화하며, 인간·도시·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도시를 ‘또 다른 자연’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해, 산업화 과정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일상의 흔적을 섬세하게 포착한 것이다.
작가는 2000년대 이후 도시화로 인해 소멸해가는 골목과 풍경에 꾸준히 주목해 왔으며, 인공적 공간 속에서도 인간의 감정과 존재가 자연처럼 스며들 수 있음을 수묵을 통해 시각화해 왔다. 도시라는 인공 환경을 생태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전통 매체인 수묵을 통해 동시대적 삶의 풍경을 담아내는 독창적인 접근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주요 작품과 함께, 작가가 주도했던 1980년대 수묵화 운동 관련 전시 자료(1980~1993) 및 전북대학교 교수 재직 시기에 집필한 작가의 글들이 함께 소개되고 있다. 1980년대 수묵화 운동은 홍익대 동양화과 출신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수묵을 한국의 정신문화와 연결된 회화 매체로 인식하고 ‘오늘의 한국화’를 정립하려는 시도였다. 이철량을 비롯한 참여 작가들은 전통을 존중하는 동시에 재료와 형식의 현대화를 통해 수묵의 미학적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했으며, 이번 전시에 공개된 관련 자료들을 통해 당시 미술 운동의 흐름과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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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한 대표 작품인 이철량 작가의 ‘언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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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관람하는 어린이들. |
이처럼 ‘신시’, ‘도시’, ‘또 다른 자연’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작업은 인간·자연·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삶의 풍경을 수묵으로 담아내며, 생태적 상상력과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미학적 통찰을 제시한다. 작가는 청년기에 확립한 예술관을 바탕으로 수묵을 동시대 회화로 확장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대표작과 함께 최근 작업을 통해 ‘지금-여기’의 시공간을 수묵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2025년 허백련미술상 시상식에서는 본상 수상자인 장진원 작가(59·광주)와 특별상 수상자인 임노식 작가(38·서울)에게 광주시장 상패가 수여됐다. 아울러 차기년도에는 본상 수상자에게 1000만원, 특별상 수상자에게 500만원의 문화예술 창작활동비가 지원되며, 본상 수상자에게는 개인전 개최의 기회도 제공될 예정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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