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맨션·방직공장·고려인 문화관의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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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평화맨션·방직공장·고려인 문화관의 잔상

도보책방 12번째 기획전 ‘경계지’ 선보여
2일부터 도보책방…젊은 작가 3명 출품

권려원 작 ‘걸음마’
지역 여성 독립큐레이터와 연구자로 구성된 팀 ‘키마이라’(여성 독립큐레이터 최하얀·연구자 강나해)가 남원의 도보책방에서 기획전시 ‘경계지’를 2일 오픈, 11월 24일까지 선보인다. 출품작은 사진 18점과 도자기 6점 등 총 24점.

도보책방의 12번째 기획인 이번 전시는 지난 5월 도보책방의 제안에서부터 시작돼 강효정 권려원 판영석 등 지역의 젊은 작가 3인과 기획을 맡은 팀 키마이라가 함께 만들었다. 전시명이기도 한 ‘경계지’는 키마이라가 전북 남원에 위치한 도보책방에서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포착한 기획의 단초로, 이들은 문화적, 지리적 경계를 ‘경계지’로 설정하고, 지역 현장 답사와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내용을 심화시켰다.

키마이라는 전시가 시작된 5월부터 매 달 답사와 문헌 연구를 병행하며 작가들과 함께 연구의 주제를 심화해왔다고 밝혔다. 광주 북구에 위치한 평화맨션을 방문해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전남방직공장 옛 터를 답사했으며, 광산구에 위치한 고려인 마을에 방문해 함께 마을을 둘러보고, 월곡 고려인 문화관에 방문하는 등 ‘경계지’라는 주제를 단순히 물리적이거나 피상적인 한계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감각으로 펼쳐나가는 리서치를 병행했다.

도보책방의 채민희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해 “다름과 차이의 논쟁이 끝이 없는 현실이다.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선 산업자본주의가 빚어낸 경계들로 크고 작은 전쟁들이 진행 중이다. 기실 경계는 한계와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변화와 전환, 확장의 기준점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경계지로 선별된 광주의 장소들은 함의가 크다고 본다. 긴 추석연휴로 이번 전시에는 타지살이 중의 귀성객 방문이 더 많을 듯하다. 지리산과 둘레길의 도보여행자들 또한 지리적, 심리적 경계를 지나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경계지’의 오픈이 때마침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효정씨는 전북대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을 졸업한 뒤 설치와 회화를 다루고 있는 가운데 2024년 ‘사유지 Private Land’(광주), 2022년 ‘여섯 개의 쉼표’(전주)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권려원씨는 사진영상 학부를 졸업한 뒤 사진과 설치를 다루고 있다. 2025년 광주시립미술관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레지던시에 참여했으며, 2025년 ‘사이클로스포린’(광주), 2023년 ‘We Learn the Rules in Order to Break Them’(중국)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외에 판영석씨는 광주대 사진학과를 졸업했으며 2025년 제1회 ‘Seed Collection-후지필름 콜렉션’전(서울), 2024년 ‘Roasting Point’(전주)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는 담양과 광주 사이에 위치한 조선시대 학당인 환벽당과 식영정이 조선시대 다리와 강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교류했었다는 사실에 착안해 둘 사이의 비가시적인 ‘경계’를 포착해 이를 흑백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구성했다.

전시는 책방이 운영되는 오는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책방이 쉬는 화요일, 수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문의는 이메일(choisul95@gmail.com)로 하면 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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