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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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힘내라 소상공인] 개마고원

30년 지역 맛집 넘어 외식 브랜드로 판 키운다
1997년 개업 한우전문점 명성…세대 잇는 음식점 자리매김
도시락·밀키트·케이터링·수제 레몬에이드 새로운 성장 동력
양은혜 대표, 어머니 손맛 계승 체계적 경영으로 경쟁력 강화

개마고원 전경
양은혜 개마고원 대표


외식업은 변화가 빠른 산업이다. 소비자의 입맛은 물론 식문화와 유통 방식까지 끊임없이 달라지면서 음식만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기존 식당들도 배달과 밀키트, 간편식(HMR), 케이터링 등 새로운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이유다.

광주 서구 농성동에서 29년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개마고원(대표 양은혜)도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한우 전문점으로 쌓아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도시락과 밀키트, 케이터링, 수제 레몬에이드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외식 브랜드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 2020년부터 경영을 맡은 양은혜 대표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문을 연 개마고원은 처음부터 순탄했던 식당은 아니었다. 병원을 운영하던 가족은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생계를 고민해야 했고, 양 대표의 어머니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식당 창업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외식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데다 병원 원장의 가족이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게 받아들여졌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운영 철학과 아낌없는 음식으로 조금씩 단골을 만들어 갔고, 개마고원은 어느덧 지역을 대표하는 한우 전문점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양 대표 역시 처음부터 가업을 이어받을 생각은 없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공연기획과 콘텐츠 사업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강의까지 했던 그는 외식업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식당은 어머니가 평생 일군 삶의 터전이었고, 자신은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0년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어머니의 간이식 수술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찾아왔다. 직접 간을 공여하며 어머니의 회복을 도왔고, 병원과 식당을 오가는 생활이 이어졌다. 리모델링 공사까지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식당 운영 전반을 맡게 됐다. 예상하지 못했던 경영 승계였지만, 당시 개마고원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밀키트 라인업


막상 식당 안으로 들어와 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음식보다 운영 시스템이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는 있었지만 재무 관리와 거래처 관리, 서비스 기준, 메뉴 운영 등은 대부분 경험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는 고객들의 의견을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했고, 어떤 불편이 있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데이터처럼 쌓아갔다. 여기에 거래처를 다시 점검하고 재료 수급 과정까지 직접 확인하며 개마고원의 운영 체계를 하나씩 손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꾼 것은 시스템이지, 개마고원의 본질은 아니었다.

양 대표는 어머니가 30년 가까이 지켜온 맛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철학만큼은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대신 그 가치를 지금의 소비자들이 더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과 서비스, 상품을 새롭게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개마고원의 변화는 그렇게 기존의 것을 없애는 혁신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는 남겨둔 채 시대에 맞게 진화시키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됐다.



소갈비살 도시락


변화는 주방 밖에서도 시작됐다.

양 대표는 식당 운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또 다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오랜 단골을 확보한 식당이라도 손님이 찾아와야만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들의 식생활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식당도 새로운 판로를 확보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답 역시 오래전 자신의 경험 속에 찾았다.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시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기 어려웠던 기억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값싼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집밥 같은 음식을 누군가 가져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고, 그때 떠올렸던 아이디어가 훗날 개마고원의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졌다. 식당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개마고원의 음식을 직접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마침 코로나19는 외식업의 환경 자체를 바꿔 놓았다.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면서 많은 음식점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개마고원 역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양 대표는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던 도시락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식당과는 별도의 제조사업을 구축해 도시락과 밀키트, 케이터링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기존 음식점과 온라인·제조사업을 분리해 운영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었다.

새로운 사업이라고 해서 서두르지는 않았다.

수년 동안 시험 판매를 반복하며 고객 반응을 살폈고, 메뉴 구성과 포장 방식, 가격 경쟁력 등을 하나씩 보완했다.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한 뒤에야 별도 브랜드인 ‘개마고원1997’을 출범시켰다. 식당이 쌓아온 신뢰를 그대로 가져가되, 변화한 소비 환경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입히겠다는 판단이었다.



수제 레몬에이드


물냉면


도시락 역시 단순히 음식을 담아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기업과 공공기관, 학회, 문화행사 등 주문 목적에 따라 메뉴를 달리 구성하고, 행사 성격과 예산, 식사 시간까지 고려해 가장 적합한 구성을 제안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배식부터 정리까지 함께 맡으며 음식뿐 아니라 행사 운영까지 지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단체 주문이 꾸준히 늘어난 것도 이 같은 맞춤형 운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대표 메뉴인 불고기 도시락은 현재 가장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행사 규모에 따라 하루 수백 개씩 주문이 이어질 정도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했고, 명절에는 갈비찜과 한우를 활용한 선물세트도 기관과 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식당에서 검증받은 메뉴를 도시락과 밀키트로 확장하면서 개마고원의 판로는 자연스럽게 식당 밖으로 넓어졌다.

이 과정에서 양 대표는 단순히 상품을 늘리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개마고원이 오랜 시간 지켜온 ‘제대로 만든 한 끼’라는 가치를 도시락과 밀키트에도 그대로 담아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새로운 사업 역시 개마고원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만큼 음식의 품질과 신뢰를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개마고원이 준비하는 변화는 매장을 늘리거나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있지 않다.

양 대표는 지금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면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레몬에이드부터 냉면 육수, 닭곰탕까지 손수 만들며 품질을 확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조금이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완성된 제품도 과감히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개마고원의 이름을 걸고 내놓는 음식만큼은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개마고원이 지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러한 원칙에서 비롯됐다.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족처럼 대했던 어머니의 철학은 양 대표를 만나 체계적인 경영과 새로운 사업 모델을 더하며 또 다른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식당은 그대로지만 운영 방식은 시대에 맞게 진화했고, 도시락과 밀키트, 케이터링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결과물이 됐다.

양 대표는 “사업을 크게 확장하겠다는 욕심은 없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지켜온 개마고원의 가치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며 “제가 먹어도 떳떳한 음식, 가족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한 끼를 만드는 마음만큼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개마고원이 손님들의 마음을 채우는 식당으로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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