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 2018년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검색 입력폼
광남시론

[광남시론] 2018년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배양자 동신대 교수

지난해 세밑 진한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사연이 있었다.

그 사연은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희생된 분들의 합동분향소에 붙여진 포스트잇 내용이다. ‘다음 생에도 우리 엄마?아빠가 되어주세요. 사랑하는 막내 딸’ 한꺼번에 부모를 잃은 막내딸이 쓴 편지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들을 떠나보낸 남은 가족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내용이다.

‘엄마 아프게 해서 미안해. 가서는 아프지 말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 큰딸이.’ ‘소녀 같은 우리 엄마 사랑해.’ ‘사랑하는 우리 엄마 너무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많이 사랑해 보고 싶어.’ 등 미처 작별인사도 못하고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통한의 편지는 조문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였다.

‘저 하늘에서는 아픔 없이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ㅇㅇ아빠.’ 남편이 아내를 그리는 애절한 사연도 있다.

이처럼 어머니나 아내를 그리는 내용이 많은 것은 희생자 29명 중 23명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희생자들의 장례절차는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애틋한 사연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였다 한다.

그곳을 지나다 읽은 편지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하늘나라에서 가족이 남긴 애절한 사연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훔친 이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절절한 가족애를 앗아간 일련의 사건 사고는 예방할 수 없는 일인지? 이번 참사를 지렛대로 삼아 안전 로드맵의 메가 로드맵이 필요하다.

사건 사고에는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천재와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이 가능한 인재로 구분할 수 있다. 제천 참사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인재로 구분되는 생활사고이다.

이를 두고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화재 예방차원과 화재 발생 후 진화 차원 등 구두점을 어디에 두느냐? 에 따라 그 내용도 다르겠지만 화재예방 차원에서 보면 전문가들은 예고된 참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건축 당시부터 부실한 시공과 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감독, 법과 제도적 문제, 시민들의 준법정신 결여까지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를 두고 대형 참사나 사고는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사고나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윌리엄 하인리히는 미국의 보험회사 직원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한 현상들을 분석한 결과 1명이 사망하는 재해현장에는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 29명과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 한 잠재력 부상자 300명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1:29:300 이라는 통계적 법칙을 발견한 사람이다. 그는 큰 사고는 우연히 어느 순간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한편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제천 참사현장에 적용을 해 보면 직·간접적 원인이 수도 없이 많다. 건축당시의 건축법규를 무시한 건물주와 행정 당국의 안일한 대처, 건축비용을 줄이기 위한 저가 자재 사용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불연재, 제연설비 안 쓴 제 설비 등은 이 번 사고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건물 완성 후의 증개축에 자치단체의 뒷짐 행정, 혹한으로 인한 얼음제거시의 안일한 작업, 종업원들의 비상구 대피로 안내에 대한 무지도 한몫 한 셈이다.

출동 당시의 불법 주정차는 화재 초기 진압과 인명구조의 골든타임 5분 이내를 놓치게 한 원인 중 하나였다. 불법 주정차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골목길 모퉁이나 소방시설 주변을 주정차 특별금지구역으로 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행안위에 상정되어 있으나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계류되어 있어 이행강제가 어렵다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건물의 비상구 확보에 대한 안전 불감증은 아직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전국의 목욕탕에는 아직도 비상구가 확보 안 된 곳이 많으며 특히 아파트의 경우 자전거나 물건들로 비상구가 막혀 있는 곳이 여전이 존재하고 있어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하겠다.

또한 화재발생 이후의 일련의 위기대응 능력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 과학성에 근거한 전문가의 직관능력은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놓칠 수도 있다. 이 참사현장에서도 초기 2층 창문개방과 관련 백드래프트 현상(창문 파괴로 산소가 건물 안으로 급격히 유입되어 폭발하는 현상)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생활사고 이후의 남은 가족의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와 현장에서의 생존자에 대한 심리치료와 상담 등도 남은 과제가 되고 있다.

인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사전예방에 필요한 비용과 형량해보면 비교형량이 어려울 정도의 비용이 들며 그 예후관리기간도 장시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불의 사고로 잃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형 사고는 사소한 것을 안 지키는 데서 시작됨을 직시하고 제반 제도적 장치의 완비가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며 2018년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길 소망해 본다.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