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세심하게 표현…눈부신 생명력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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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자연 세심하게 표현…눈부신 생명력 노래

성명진 동시집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
6년 만에 출간…제4부 구성 61편 수록

벌써 네번째 권이다. ‘축구부에 들고 싶다’와 ‘걱정 없다 상우’, ‘오늘은 다 잘했다’ 등에 이어 성명진 시인이 동시집 4집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를 창비에서 최근 펴냈다.

이번 동시집은 자연의 생명력과 어린이의 뭉클한 성장기를 더불어 포착해 낸 전작 ‘오늘은 다 잘했다’(창비 2019) 이후 6년 만이다.

맑고 정직한 눈으로 자연과 어린이의 생명력을 노래해온 시인은 은은하면서도 단단한 서정으로 어린이의 마음속 작은 파문까지 살뜰히 포착해 내는 동시에 현실에 굴하지 않고 단단하게 성장을 이룩해 나가는 어린이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동심의 근원에서 성심을 다해 길어 올린 ‘환하고 환한’ 마음은 갈등과 불화에 지친 아이들의 현실을 포근하게 위로한다. 시인은 여전히 작고 여린 것들에 순수하고 투명한 마음을 내어 준다. 창가의 파꽃에, 담장 위의 덩굴장미에, 물 위의 소금쟁이에, 그리고 추운 날 홀로 버스 정류장에 앉은 어린이에게 눈길을 준다. 시인은 그들에게 건넬 순하고 다정한 말을 세심히 다듬는 것은 물론, 이번 동시집에서 좀 더 심지 곧은 언어를 벼려 냈다.

동시 ‘잎사귀들’에서 ‘자주 웃어요 우리는/조그만 일에도/팔랑거리면서요//즐거우니까요//꽃요?//에이,/또 비교하려고 그러시네//꽃은 꽃이고/우리는 우리랍니다’라고 노래하고 있으며, ‘알’에서는 ‘나는/갓 생겨나 알 속에/웅크리고 있습니다//좀 더 자라면/스스로 나가려고/껍질을 얇게 지었습니다//밖에서 아무나/함부로 깨뜨리라고/그런 게 아닙니다’, ‘자유’에서는 ‘얼음덩이를 빠져나온/물방울들/모여 소곤거린다//우리 일단/흐르자//흐르지 않고는/못 살겠다’라고 각각 읊고 있다.

시인은 자연과 어린이를 믿는다. 그들의 넘치는 생명력이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전제로 답답하고 외로운 현실을 어린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멋지게 헤쳐 나가길 바라는 동시에 고유한 생명력으로 충만한 자연을 세심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농부’를 통해 ‘호박 싹이 돋았어요//이 작은 녀석,/실은 힘이 장사랍니다/가을까지 큰 호박덩이 여러 개를/높은 언덕 위에 너끈히 올려놓지요//저는 이 일을/조금 거들어 주는 사람이고요’라고, ‘쉬워요’를 통해 ‘누렇게 늙도록/일을 했군요 호박덩이 님//근데 그렇게 크고 둥그런 몸으로/높은 언덕배기에서/어떻게 내려오나요?//아, 그거/어렵지 않다오//저 농부 님이 내려 주시지요/품에 꼭 안아서요’라고 동심을 다독인다.

시인은 단지 자연과 동심에 대한 예찬에서 그치지 않고, 각박해진 현실 속 동심의 복원을 기원하며 풋풋한 감각으로 무뎌진 감성의 복원을 갈구하는 등 자연에서 길어 올린 ‘환하고 환한’ 동심에 근거해 지극한 마음으로 눈부신 생명력을 노래하면서 서로에게 의지해 힘든 현실을 너끈히 이겨내는 모습 역시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유강희 시인은 해설 ‘환하고 환한 것에 대한 무한 경외’를 통해 “꽃은 꽃이고 우리는 우리랍니다”라며 “천연스럽게 말하는 잎사귀들처럼 어린이가 자신의 존재이자 본성을 당당히 선언하도록 이끈다”고 평했다.

이번 동시집은 ‘자주 웃어요 우리는’을 비롯해 ‘호박덩이를 옮기는 법’, ‘함께 노래 부르면서’, ‘저녁에 언덕을 넘어오는 것들’ 등 4부로 구성, 분주한 일상 틈틈이 창작해온 동시 61편이 실렸다.

성명진 시인은 1993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 그동안 동시집 세권과 시집 ‘그 순간’, ‘몰래 환했다’를 선보였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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