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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한이 학교폭력예방교육센터 대표 |
초등학생 B는 3월부터 이유 없이 한 친구에게 맞았고, 그 친구가 다른 아이들을 시켜서 자신을 때리게 하는 행위가 1학기 내내 반복이 됐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간 가족여행에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여기서 떨어지면 죽어요?’ 등의 아이 질문에 부모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고, 비로써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모는 불안한 마음에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자녀에게서 눈을 뗄 수도 없고, 억지로 학교에 가라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A의 담임교사는 학교폭력을 신고 한 다음 날 바로 병가를 냈다고 한다. 방학을 며칠 앞둔 담임은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받고 바로 병가를 냈고, 방학이 끝나고 복귀한다고 한다. 학교폭력 사안과 학생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담임교사가 없으니, 임시교사와 학생부장 선생님이 사건과 관련된 상담을 거쳐 처리했다. 사건조사를 마치고 학교 측의 중재로 가해 관련 학생들의 사과를 받을 자리가 마련됐다. 가해 아이는 ‘미안해’라고 말하지만, 진심으로 하는 사과가 아닌 것 같아 용서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피해 학생은 가해 아이와 함께 폭행에 가담했던 친구들이 두려워 신학기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혼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엄마와 같이 자고 있다. ‘은따’라고 말하는 은근한 따돌림은 증명하기가 어렵고, 회복도 더디고 힘들다.
앞의 두 사례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으로부터 시작됐고, 그 소문의 근원은 뒷담화였다. 어느 순간 소문은 진실이 되고, 피해 학생은 친구들에게 다가갈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학교폭력은 우울, 불안, 분노 등 심리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그러나 뒷담화로 시작된 학교폭력은 명확히 규정하기가 어렵고, 또한 뒷담화로 인한 피해 학생에 대한 이해도도 낮다. 피해 학생에 ‘괜찮아 보이네! 잘 지내고 있네. 학원도 다니고, 다른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하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을 본다.
피해 학생 부모는, 아이의 회복을 돕기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일상생활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녀의 생활 회복을 도우며, 이전에 밝고 행복했던 아이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보낸다. 그러나 아이의 회복은 더디고, 순간순간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자녀를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가슴이 철렁한다.
우리는 뒷담화로 인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에 대한 이해와 민감도가 많이 떨어진다. 주변인들은 피해 아이들이 괜찮은 것처럼 행동하는 외관의 모습만 보며, 그 내면의 심리적 어려움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가해 학생은 뒷담화가 별거 아니라며 다른 큰 잘못과 비교해 자기 잘못은 별것 아니라고 축소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본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으로 뒷담화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의 시작이 뒷담화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