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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교육청 송정다가치문화도서관장 강성도 |
이제 외국인 주민은 산업 현장이나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일상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복지, 교육, 문화, 행정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새로운 대응과 통합의 관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도서관이 맡아야 할 공공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공간으로서, 단지 책을 읽는 곳에 그치지 않고 정보 접근의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 공동체가 소통하는 중심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특히 언어나 문화의 차이로 소외되기 쉬운 이주민에게 도서관은 한국 사회와 연결되는 첫 관문이자, 사회 통합의 기반이 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시 전체 외국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대표적인 다문화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 위치한 송정다가치문화도서관은 지역적 특성과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다문화 특화도서관’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주민과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포용적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문화학생 한글 독서지원 프로그램’은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이 한국어를 익히고, 독서를 통해 사고력과 표현 능력을 키우며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합 지원형 교육입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고려인마을 청소년문화센터(100시간), 바람개비꿈터공립지역아동센터(200시간), 이주민영유아돌봄센터(78시간) 등 지역 내 다양한 기관에서 꾸준히 운영되고 있으며, 언어 습득과 문화 이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 사례로, 현재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우00(11세) 군은 2020년 카자흐스탄에서 입국하여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학생입니다. 그는 독립운동가 박노순 선생의 고손으로, 조국의 뿌리를 따라 한국 땅을 밟았지만 처음에는 언어와 문화의 벽으로 인해 낯설고 두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도서관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빠르게 한국어를 익히고, 밝고 주도적인 학생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반장을 맡을 만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긍심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주민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독서 소외계층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 중입니다.
성인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는 ‘다솜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78시간 동안 독서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반걸음 책놀이 교실’은 선예학교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도서관은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지닌 이용자 모두가 문화적 권리와 교육 기회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이주배경 아동과 지역사회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감의 장, 배움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주민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민 감수성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다문화 시대의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언어와 국적, 문화가 다른 이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맺는 공존과 연대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과 행정적 지원 또한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문 인력의 양성, 예산 확보, 지역 내 네트워크와의 긴밀한 협력이 뒷받침될 때, 도서관은 지속 가능한 다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송정다가치문화도서관은 앞으로도 이주민의 안정적인 정착과 성장을 돕는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지역 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만드는 포용적 공동체 문화를 확산해 나가고자 합니다.
다문화는 더 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현실입니다.
공존과 존중의 사회를 향한 작은 시작은 바로 이웃의 도서관에서부터 가능합니다.
그 변화의 물결은, 조용하지만 따뜻한 도서관의 문을 여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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