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시 전경 |
‘회화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모두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풍경을 표현해온 이들 작가의 회화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이들 작가는 재현을 밀어내는 감각이 그렇게 재현의 표면을 밀어내고 그 아래 숨겨진 감각의 층위를 파고드는 특성을 조망하는 한편, 감각과 물질, 신체가 교차하는 복잡한 지점에서 사건으로 태어나는 회화의 여정을 탐색한다.
김은택 작가는 빛이 장면을 드러내는 방식과 그것이 회화라는 사건에 개입되었을 때 물질이 감각과 조응하는 방식을 탐색한다. 그는 사진 자료를 참고하지만 이를 그대로 옮기는 것 대신 투명하고 반투명한 재료들을 화면에 중첩시키며 축적되는 시간의 흐름과 감각적 밀도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 |
이헌 작 ‘cloud 15’ |
![]() |
손지원 작 ‘흩어진 순간들’ |
마지막으로 이헌 작가는 작품 앞에 서면 표면 위로 선명하게 드러난 붓의 자국이 그리 해온 경로를 지시한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빠르게 휘갈기고 거칠게 긁어낸 흔적들이 엿보인다. 작가는 변화하고 유동하는 자연의 상태를 붓의 궤적과 물감의 축적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충실하게 추적한다.
기획자로 동참한 양다솔씨는 세 작가의 회화에 대해 “재현을 출발점으로 삼아 감각의 층위를 조망해 나가는 수행의 흔적이다. 그들은 장면을 붙잡기보다 밀어내고 그 자리에 휘두른 붓의 경로 색의 밀도 재료의 질감을 통해 감각을 쌓는다”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하나의 이미지라기보다 시간의 흐름과 감각의 축적이 남긴 흔적에 가깝다”고 밝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