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과 사투…통풍 안 되는 보호복에 땀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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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말벌과 사투…통풍 안 되는 보호복에 땀 범벅"

[소방관 벌집 제거작업 동행 취재]
하루 최대 10여건 출동…헬멧·잠자리채 등 중무장
"벌쏘임 심할 경우 사망…안전 위해 119 신고 당부"

지난 21일 오전 11시 광주 동구 소태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최홍준 소방위와 서현돈 소방교가 벌집을 제거했다.
지난 21일 오전 11시 광주 동구 소태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최홍준 소방위와 서현돈 소방교가 벌집 제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9시 광주 동구 운림동 전통문화관에서 최홍준 광주 동부소방서 용산119안전센터 소방위가 벌집 제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광주 동구 소태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최홍준 광주 동부소방서 용산119안전센터 소방위(왼쪽)와 서현돈 소방교가 말벌보호복을 입고 있다.


“계속되는 무더위에 말벌 수가 많아지고 활동도 왕성합니다. 사고 예방을 위해 꼭 119에 신고해주시길 바랍니다.”

광주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지난 21일 오전 9시 광주 동구 운림동 전통문화관.

전신을 감싸는 보호장구를 입고 뜨거운 햇볕 아래 새인당 지붕에 매달린 벌집을 제거하는 소방관들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이들은 광주 동부소방 용산119안전센터 소속 최홍준 소방위(47)와 서현돈 소방교(26)다.

소방관 생활복 위에 착용한 상하의 보호복과 헬멧을 지퍼로 단단히 연결하고, 특수 재질의 두꺼운 장갑과 장화까지 착용한 탓에 마치 사우나와 다름 없다. 벌집 제거 스크래퍼, 원격퇴치기, 잠자리채 등 각종 장비는 덤이다.

보호복은 작업 중 벌 쏘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바람이 통하지 않는 하얀 비닐로 이뤄져 있었다.

해당 장소는 전날 한 차례 제거 작업을 벌인 곳이다. 하지만 또다시 벌집이 생겨 재차 현장에 나선 것이다.

최홍준 소방위는 능숙하게 원격퇴치기를 활용해 새인당 처마에 해충제를 살포했고, 서현돈 소방교는 주변을 통제하며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잠시 후 등검은말벌이 수십여 마리가 나와 최 소방위를 위협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말벌집을 깔끔하게 제거했다.

30여분 간 사투 끝에 말벌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이들은 관리원에게 2~3시간 주변 통제를 당부했다.

이후 119안전센터로 복귀하려던 순간, 이번에는 ‘선교동 너릿재옛길 정상 공중화장실 인근 정자에 말벌들이 모여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곧바로 현장으로 향한 이들은 등산객의 안내에 따라 정자에 모여 있는 말벌을 확인했다. 10여분 간 처마 아래에 모여 있는 장수말벌을 향해 살충제를 살포했다.

학운동 주민 손모씨(69·여)는 “며칠 전 말벌에 쏘여 병원 진료를 받았다”며 “수시로 벌집을 치워도 또다시 생겨나고, 등산객을 위협해 119에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소태동 한 아파트에서 단지에 자리 잡은 벌집을 제거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신고 현장에는 2층 에어컨 실외기 아래에 자리 잡은 말벌집 2개, 나뭇가지에 있는 말벌집 1개가 있었다. 최 소방위와 서 소방교는 보호복을 점검한 뒤 핸드볼 크기의 말벌집을 신속히 제거했다.

두 소방대원의 사례처럼 벌집 제거에 나서는 요원들의 체력 소모는 상당하다.

화재 진압 시 착용하는 방화복만큼은 아니지만 말벌보호복 역시 통풍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장시간 야외작업을 하는 날에는 두통, 어지러움 등을 겪는다.

서 소방교는 “올 들어 부쩍 벌집 제거 신고가 늘었다. 하루에 10번 출동한 적도 있다”면서 “임무를 마치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벌쏘임을 당하면 심할 경우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119에 신고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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