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속가능성 나침반으로 광주 미래 항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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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속가능성 나침반으로 광주 미래 항해하다

김항집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

김항집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는 인류가 직면한 환경위기와 개발의 모순을 직시하며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계에 제시했다. 이 회의를 기점으로 지방 차원의 지속가능발전 전략인 ‘지방의제21(Local Agenda 21)’이 본격화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사회와 지방정부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틀이 마련됐다.

광주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국적으로 민관거버넌스를 선도하며, 1995년 ‘푸른광주21협의회’를 창립했다. 이는 시민과 행정이 함께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첫 걸음이었고, 이후 30년간 광주는 ‘환경·평화·인권 도시’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지방의제 사업을 추진해 왔다.

기후위기 대응, 시민참여형 에너지전환, 생물다양성 회복, 책임있는 생산과 소비, 지속가능한 먹거리전환, 불평등감소와 사회안전망 구축, 문화 다양성 존중과 인권 감수성 증진, 지속가능발전교육 확대, 생태교통(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 전환 등 도시 차원의 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광주는 민관파트너십 기반의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의 모범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시민사회와 지방정부가 함께 만들어온 협력의 문화는 광주의 지속가능발전 정책을 더욱 튼튼하게 뒷받침해 왔다. 이러한 성과는 수많은 시민, 시민사회단체, 기업, 시와 5개 기초지자체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자리를 빌려 그 길을 함께 걸어온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지속가능성의 나침반으로 백년광주의 미래를 항해하다’라는 주제 아래, 광주는 2045년을 향한 장기적 비전과 실천의 이정표를 세우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미래 세대와 함께 살아갈 도시의 약속이며,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실천의 방향이다.

다가올 30년, 광주시와 협의회가 지향해야 할 핵심 목표는 세 가지다.

첫째, 탄소중립도시로의 전환이다. 광주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바꾸고,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전환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이자 도시의 생존 전략이다.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시민이 주도하는 에너지 전환 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와 함께, 에너지 교육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

둘째,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확보다. 환경 문제를 넘어 지역 불평등, 세대 간 갈등, 문화 다양성 등 복합적인 사회문제를 포괄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가능발전은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한다.

셋째, 시민참여와 거버넌스의 미래지향적 진화다. 1990년대의 저항적 운동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에 맞는 폭넓은 시민참여와 새로운 세대의 참여방식을 유도하는 민관협력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 청년, 여성, 이주민 등 다양한 시민 주체들이 정책 결정과 실행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의 정책 소통 방식도 적극 도입해, 시민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유연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광주의 지속가능발전은 시민과 함께하는 여정이다.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현, 공동체 회복 등 광주의 과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시민의 지혜와 참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30년이 그러했듯, 앞으로의 30년도 결코 쉽지 않겠지만, 우리는 함께 해낼 수 있다. 지속가능성의 나침반을 따라, 백년광주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항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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