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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국 전 무안군의원 |
그것은 한 지역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결정하고, 그 길을 어떻게 함께 걸을 것인가를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행정이 흔들리면 공동체의 방향도 흐려진다. 그래서 행정은 숫자나 보고서보다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의지가 더 중요하다.
속도보다 방향이 앞서야 하고, 실적보다 진심이 우선이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책을 설계할 때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충분히 고민한 뒤 결정을 내리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행정은 ‘얼마나 빨리 하느냐’보다 ‘무엇을 위해 하느냐’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속도는 잠시의 성과를 만들 수 있지만, 방향이 잘못되면 결과는 공허해진다.
행정이 사람을 향하지 않으면, 그 어떤 제도와 사업도 결국은 종이 위의 기록으로만 남는다. 이제 전남의 행정도 이러한 철학을 새겨야 할 때다.
지역 발전의 핵심은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제대로’에 있다. 한정된 예산과 자원을 어디에, 어떤 이유로 쓰느냐가 행정의 품격을 결정한다.
지속 가능한 행정은 방향을 잃지 않는 데서 시작되고, 주민의 신뢰는 그 일관성에서 자란다. 성과를 자랑하기보다 의미를 되돌아보는 행정, 그것이 지금 전남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매년 쏟아지는 공모사업, 국비 확보 경쟁, 각종 평가 지표와 계획서로 하루가 모자라는 전남의 행정은 늘 바쁘기만 했다.
시·군마다 ‘얼마를 따왔고, 몇 건을 추진했다’는 성과표가 쌓여갔다. 하지만 도민의 삶을 돌아보면, 그 수치만큼 체감되는 변화가 있는가 묻게 된다. 행정은 분주한데,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제자리인 것이다.
지방행정은 오랫동안 ‘성과 중심’에 갇혀 있었다.
보고서 한 장, 실적표 한 줄을 위해 움직이는 행정은 효율적일지 몰라도, 그 결과가 주민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는 뒷전이다.
공모사업에 선정됐다는 보도자료는 넘치지만, 정작 사업이 끝난 뒤 ‘이게 우리 지역에 어떤 의미였는가’를 묻는 행정은 드물다. 숫자는 늘어나는데, 행정의 진심은 희미해지는 것이다.
물론 성과는 필요하다.
예산을 확보하고, 지역에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돼버리면 행정은 사람을 잃는다.
성과행정이 가진 가장 큰 한계는 ‘지속성’이다. 정책의 의미가 주민의 삶에 스며들지 않으면, 사업은 끝나는 순간 잊힌다. 전남 곳곳에 추진된 각종 사업들이 ‘보여주기 행정’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행정이 사람의 마음에 닿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의미행정’은 거창한 말이 아니다. 예산 규모보다 그 사업이 왜 필요한지를 먼저 묻는 것, 성과지표보다 주민의 불편을 먼저 떠올리는 것, 그게 바로 의미행정의 시작이다.
도비나 국비를 따오기보다, 한 명의 주민이 ‘이 정책 덕분에 조금 편해졌다’고 말할 때 그 행정은 비로소 완성된다.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변화, 그것이 행정의 품격이다.
전남의 행정문화는 지금 ‘속도’보다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더 많이, 더 빨리 하는 행정보다 제대로, 그리고 의미 있게 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성과 경쟁이 익숙한 공직사회에서 방향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변화를 두려워 하면 행정은 주민의 신뢰를 잃고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약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보고서에 남는 숫자보다, 사람의 마음에 남는 행정을 만들어야 한다.
전남의 행정이 진정 변하려면, ‘무엇을 얼마나 했는가’가 아닌 ‘왜 했는가, 그리고 누가 행복해졌는가’를 묻는 태도가 먼저여야 한다.
숫자는 기록으로 남지만, 의미는 기억으로 남는다. 행정의 본질은 결과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의도와 과정에 있다.
성과행정의 시대를 넘어, 이제 전남은 의미행정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 시작은 새로운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다. 행정이 주민의 눈높이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이 사업이 정말 그들에게 필요한가’를 스스로 묻는 순간이다.
속도를 자랑하던 행정이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 할 때, 비로소 전남의 미래는 단단해질 것이다.
2025.11.18 (화) 1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