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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철원 뮤네릭스 대표 |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공고한 올해 중앙부처 및 지자체 창업지원사업은 111개 기관, 508개 사업, 총 3조4645억원 규모에 이른다. 창업을 향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이 흐름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창업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시장이 보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특히 청년 창업은 우리 사회가 미래를 상상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창업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반드시 함께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창업의 가능성만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창업의 책임까지 함께 가르치고 있는가.
창업 교육은 많아졌다. 사업계획서를 쓰는 법, 발표자료를 만드는 법, 투자자 앞에서 피칭하는 법, 아이디어를 시장성 있는 모델로 바꾸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런 교육은 필요하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창업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사업자등록을 언제 해야 하는지, 개인사업자와 법인의 책임은 어떻게 다른지, 정부지원금과 융자와 투자는 각각 어떤 성격을 갖는지, 폐업할 경우 대표자에게 어떤 채무와 세금, 계약상 책임이 남을 수 있는지 등은 창업의 화려한 출발선 뒤에 놓인 아주 현실적인 질문들이다.
많은 예비창업자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장 사업자등록부터 하려고 한다. 그러나 창업의 세계에서 날짜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지원사업은 사업자등록 이전의 예비창업자만 신청할 수 있고, 어떤 사업은 창업 1년 이내, 3년 이내, 7년 이내처럼 업력에 따라 지원 대상이 달라진다.
이 말은 곧 준비되지 않은 사업자등록 한 번이 향후 선택할 수 있는 지원 트랙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창업은 아이디어로 시작하지만 제도는 날짜와 서류로 판단한다. 따라서 사업자등록 전에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지원사업과 융자·보증 제도, 적절한 법인 설립 시점 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창업은 속도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순서의 싸움이기도 하다.
채무와 책임의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공공기관 대출·보증 영역에서 법인대표자 연대보증이 폐지되는 등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그것이 모든 창업자가 폐업 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업 형태와 대출 구조, 보증 약정, 세금, 임금, 임대차 계약, 거래처와의 계약 관계에 따라 대표자가 감당해야 할 책임은 달라질 수 있다.
투자 역시 단순히 받으면 좋은 돈이 아니다. 투자는 빚과 다르지만 주주에 대한 책임과 지배구조, 성장 압박을 동반한다. 지원금도 공짜 돈이 아니다. 사업 목적에 맞게 집행하고 증빙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환수나 제재의 가능성도 있다. 창업자가 자금을 조달하는 순간 꿈은 숫자와 계약의 언어로 번역된다.
나는 특히 대학생들에게 창업을 너무 쉽게 권하는 분위기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학업을 포기하고 창업에 뛰어드는 결정을 너무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창업 현장은 상상보다 냉정하다. 초기 기업이 지원사업에 도전하거나 투자를 받을 때 아이템의 가능성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대표자의 전공과 경력, 학위, 기술 이해도, 수행 경험, 팀 구성까지 함께 평가된다.
나 역시 그 현실을 경험했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중국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뒤 한국에서 AI 융합 분야로 창업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사업 아이템과 별개로 “왜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 않았는가”라는 우려의 시선을 많이 받았다. AI 융합을 말하는 대표자가 정작 해당 분야의 정규 학업 이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평가 과정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 결국 나는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쳤고, 지금도 두 번째 박사과정을 진행하며 대표자로서의 역량을 계속 쌓고 있다.
이 경험 때문에 나는 학생 창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더 많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학업과 창업을 적대적인 선택지로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학업은 창업을 늦추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래 버티기 위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기술창업과 딥테크, AI, 바이오, 제조, 플랫폼 분야에서는 대표자의 전문성과 학습 능력이 곧 기업의 신뢰가 된다.
따라서 이제 창업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사업계획서 작성법만큼 중요한 것은 폐업 이후까지 고려한 책임 교육이다. 투자유치 피칭만큼 중요한 것은 채무와 지분, 세금과 계약, 고용과 책임에 대한 이해다.
창업캠프가 아이디어 발표로 끝나서는 안 된다. 창업보육은 창업자를 빨리 사업자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오래 버틸 수 있는 판단력을 길러주는 일이어야 한다. 대학과 공공기관은 “도전하라”는 구호와 함께 “무엇을 알고 도전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야 한다.
예비창업자 역시 창업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내 아이템이 어느 지원사업 트랙에 맞는지, 예비창업 단계에서만 가능한 사업은 무엇인지, 사업자등록 이후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인지, 융자와 보증을 받을 경우 상환 책임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폐업 시 남을 수 있는 세금과 계약상 의무는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표자인 내가 이 사업을 이끌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창업은 말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준비 없이 부추길 일도 아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단 해보라”는 말만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무엇이 남고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까지 알려주는 지식이다. 이제 우리는 창업을 권하는 사회를 넘어 준비된 창업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 사업자등록증 한 장의 무게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 거기서부터 진짜 창업교육은 시작된다.
변철원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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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3 (화) 20: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