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인증"…전남광주 중소기업 수출 ‘높은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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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기술보다 인증"…전남광주 중소기업 수출 ‘높은 문턱’

세계 기술규제 20년새 5배↑…‘인증 경제’ 시대 본격화
최대 수억원 부담…정부, 해외규격 인증 취득 지원 확대

“해외 바이어들은 제품보다 인증서를 먼저 확인합니다.”

세계 각국이 기술규제를 강화하면서 국제 규격인증이 수출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전남광주 중소기업들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인증 비용과 장기간의 심사 절차를 감당해야 하는 새로운 무역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통보한 무역기술장벽(TBT) 건수는 1만9610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3351건, 2021년 3960건, 2022년 3897건, 2023년 4068, 2024년 4334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5년 905건에 불과했던 기술규제가 20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각국이 관세 대신 기술규제와 인증을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전남광주 중소기업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료기기와 바이오, 에너지, 농식품 등 지역 주력 산업 대부분이 유럽의 CE 인증을 비롯해 미국 UL·FCC 인증, 식품 분야의 FDA 등록, 의료기기 ISO 13485, 자동차 IATF 16949 등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인증 획득이 중소기업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점이다.

해외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려면 국가와 품목에 따라 각종 국제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제품 시험과 인증 심사, 기술문서 작성, 번역, 해외 인증기관 대응 등을 거쳐야 해 인증 한 건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고 비용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한다.

제품군이 많거나 여러 국가에 동시에 진출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지며, 인증 갱신 비용까지 더해져 중소기업의 고정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전남광주 지역 수출기업들은 특히 지역 내 인증 시험·평가 기반이 부족해 수도권이나 해외 시험기관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과 물류비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인증 과정이 길어질수록 해외 바이어와의 계약이 지연되거나 시장 진입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커진다.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도 인증 비용과 절차를 감당하지 못해 수출을 포기하거나 진출 시기를 늦추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역 의료기기 제조기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이라도 유럽에 수출하려면 CE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며 “시험과 성능평가, 기술문서 작성까지 준비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고 비용도 수천만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증을 취득한 뒤에는 해외 바이어 상담 기회가 늘었고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긴 했지만 국가마다 요구하는 인증이 달라 동일 제품이라도 여러 차례 시험을 받아야 한다”며 “인증을 마친 뒤에도 사후 관리와 갱신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환경·안전 규제 강화로 해외 인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단순히 인증 취득 비용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별 규제 정보를 제공하고, 시험·인증·컨설팅을 연계하는 종합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상용 경제학박사는 “과거에는 가격과 품질이 수출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국제 기준을 충족했다는 인증이 기업의 신뢰를 결정한다”며 “전남광주가 바이오와 에너지, 농식품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증 비용 지원뿐 아니라 전문 컨설팅과 시험평가 인프라까지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중소기업의 인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해외규격인증획득 지원사업’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인증비와 시험비,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유럽연합(EU)의 CE 인증을 비롯해 미국 NRTL(UL 인증 포함), 중국 NMPA 등 572개 해외규격 인증이다. 인증 취득 비용의 50~70%를 지원하며 일반 기업은 최대 1억원, 의료기기 분야는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윤용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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