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냉방 금지’ 유명무실…9년째 과태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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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개문냉방 금지’ 유명무실…9년째 과태료 ‘0건’

정부 에너지 비상 때만 단속…평소엔 홍보·계도 그쳐
상인들 "문 닫으면 손님 뚝"…생존 논리에 불법 영업

지난 2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충장로에서 매장들이 문을 열어둔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봉선동의 신발 매장이 문을 열어둔 채 영업을 하고 있다.


“개문냉방 단속은 사실상 유명무실합니다. 정부의 에너지 비상 때만 단속이 가능하다보니 실효성이 없어요.”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도심 곳곳에서 출입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이른바 ‘개문냉방’ 영업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현행법상 에너지 낭비 행위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정부가 에너지 사용 제한을 공고한 경우에만 단속이 가능해 사실상 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정오 동구 충장로. 최고기온이 32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의류점과 화장품점, 신발가게 상당수는 출입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매장 안에서 흘러나온 차가운 공기는 인도까지 퍼졌고, 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잠시 매장 안으로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현행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은 개문냉방 영업을 에너지 낭비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대규모 정전 우려 등으로 에너지 사용 제한 공고를 내린 경우에만 지방자치단체에 단속 권한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개문냉방이 불법이라도 지자체는 홍보와 계도 외에는 사실상 제재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상인들은 냉방 효율보다 생존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충장로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는 임창균씨(38)는 “문을 열어두고 에어컨을 틀면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30% 정도 더 나오는 것 같다”며 “그래도 문을 닫으면 밖에서 매장이 잘 보이지 않아 손님이 확실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인근 의류점 업주 김모씨(40)도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에는 문을 닫기도 하지만 주변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황에서 혼자만 문을 닫고 장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구 봉선동 상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류점과 신발가게 상당수가 출입문을 연 채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었고, 상인들은 “문을 닫으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입을 모았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50대 A씨는 “문이 닫혀 있으면 손님들이 영업하지 않는 줄 알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냉방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출입문에 두꺼운 비닐막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문냉방 영업이 일상화됐지만 처벌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개문냉방 영업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2016년 서울 2건과 대구 1건이 마지막이다. 이후 2017년부터 현재까지 9년 동안 전국에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법은 존재하지만 집행은 멈춘 셈이다.

남구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주민 활동가 등을 통해 개문냉방 자제 홍보와 계도를 실시하고 있다”며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해 정부의 에너지 절약 조치가 시행될 경우 상인들도 문을 닫고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데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글·엄재용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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