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견 시인 ‘광주항쟁의 저항시’ 서평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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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日 중견 시인 ‘광주항쟁의 저항시’ 서평 관심

시바타씨 진보 매체에 게재…탄압 각오 독재정권 비판 등
"계엄령 선포에 항의 전개…광주항쟁 체득 때문" 분석도

아카하타 신문 2월 16일 자 독서란 서평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사람들을 그렸지만, 이 책도 또한 그 기억을 새롭게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유수한 일본의 시전문지 ‘시인회의’의 편집장 시바타 산키치(柴田三吉) 시인이 일본 진보 매체 ‘아카하타(3월 16일 자) 신문’ 독서 란에 이같은 주장을 담은 서평을 게재했다.

이에 따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명한 최초의 시선집 문병란과 이영진 시인이 저자로 참여해 엮은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도서출판 인동, 1987, 7)를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와 사가와 아키 시인이 공역, 편집해 한글과 일본어로 함께 묶어 펴낸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가 연이어 주목받고 있는 것.

시바타 시인은 서평에서 현 시국을 의식하며 “전두환이 5월 17일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무력으로 진압을 강행했고, 다수의 시민이 학살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고 상기시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책에 대해 “1980년부터 1987년에 걸쳐 사건의 진실을 그린 작품을 수록한 시선집”이라며, “1987년 7월 민주화 직후의 광주시 부근에서 비밀 출판된 책을 재편집해 340페이지에 이르는 작품을 (일본어 표기와) 한글 표기를 병행해서 실었다”고 소개했다.

또 시선집을 특징으로 탄압을 각오하고 시인들이 독재정권에 비판을 가한 점, 피해자의 분노와 슬픔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점을 지적하며, “말하는 것의 고통을 넘어 글로 전해지는 작품들은 시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모아서 둑을 무너뜨리고 이룬 큰 강과 같은 서사시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카하타 신문 2월 16일 자 독서란 서평 전문(‘광주항쟁의 저항시’ 언급 부분은 맨 오른쪽)
시바타 산키치 시인이 인용하며 주목한 시는 김정환 시인의 ‘5월곡’과 ‘편지’다. 5월곡은 ‘푸르디푸른 조선의 하늘 아래서/ 우리는 끝까지 우리의 인간성을/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젖가슴 잘리고 대포·총·칼에 흐트러진 살점으로 낯익은/ 거리에 피바다로 흐르면서도 우리는’이라고 노래하고 있고, ‘편지’는 ‘어머니/ 이 편지가 피로 덕지덕지 묻어 있음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총에 맞은 시체로 들판과 사막과 높은 산맥에 누운/ 동지들의 피를 찍어 나뭇가지로 이 편지를 쓰기 때문입니다’로 엄혹한 군부독재권력 아래 투쟁에 대한 결의가 담겨져 있다.

시바타 시인은 위의 인용구를 제사하며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침해당했는지 강렬히 전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진경 시인의 시 ‘광주’ 중 ‘그곳에서 당신은 가슴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사람이었습니다’라는 구절을 인용한다. 그는 “광주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원점”이라며,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사람들을 그렸지만, 이 시선집도 그 기억을 새롭게 떠올리게 하는 책”이라고 강조했다.

시바타 시인은 서평 말미에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를 선포했을 때 시민들이 즉각 광범위한 항의 행동을 전개한 것도 (광주항쟁)의 역사를 누구나 체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서평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공역자 사가와 아키 시인은 시 전문지 ‘시와 사상’ 3월호에서도 메이지대학 이케다 이사오 교수가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의 서평을 게재했다고 전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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