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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 옥천면 빈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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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 보성읍 빈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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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 웅치면 빈집 |
과거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옛 말이 돼버린 지금, 인구감소로 소멸 위험에 처한 전국 시·군·구가 110곳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총 인구 중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가 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 지역은 인구유출과 고령화로 더욱 심각하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출산장려금, 지원금, 귀농·귀촌 정책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여기에 방치되거나 관리되지 못하는 빈집도 늘어나는 데다 학교나 병원, 대중교통 등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해 농촌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마주하게 된다. 농촌지역의 소멸을 막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보는 5회에 걸쳐 농촌지역의 현주소와 귀농·귀촌정책, 우수사례,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농촌지역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농촌지역의 소멸 위기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데드 크로스 현상’으로 전출자보다 전입자를 많이 확보해도 인구 자연감소를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자연증가 규모는 마이너스 5만73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줄어든 전년(-3만2600명)보다 2만4700명 더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인구 1000명당 자연증가를 나타내는 자연증가율도 마이너스 1.1명을 기록해 전년보다 0.5명 줄었다. 또 시도별로는 전국 17개 시도 중 경기(8700명), 세종(2200명), 울산(600명)을 제외한 14개 시도 모두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어 자연 감소했다.
이같은 인구 감소세는 출생 관련 지표가 일제 하락한 데 따른 영향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도(27만2300명)보다 1만1800명(-4.3%) 줄어든 총 26만500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 역시 평균 0.81명으로 전년(0.84명)보다 0.03명 감소했다.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해당 연령 여성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인 출산율을 보면 35세 미만 연령층의 출산율은 감소한 반면 35세 이상 연령층의 출산율은 증가했다. 이 중 30대 초반은 76.0명으로 가장 높았고 30대 후반이 43.5명, 20대 후반이 27.5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평균 출산 연령도 33.4세로 전년 대비 0.2세 상승했다. 평균 출산 연령은 첫째 아이가 32.6세, 둘째 아이는 34.1세, 셋째 아이는 35.4세로 나타났다. 연령별 출생아 수도 4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31만7800명으로 전년(30만4900명)보다 1만2800명(4.2%) 증가했다. 인구 1000명 당 사망자 수를 보여주는 조사망률도 6.2명으로 전년보다 0.3명 증가했다. 전남의 경우 조사망률이 9.6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처럼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아지면서 지난해 국내 총 인구는 5163만8809명으로 전년(5182만9023명) 대비 20만명 가량 줄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인구 감소 현상은 호·영남권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인구 유출이 심해서다. 지난해 호남권은 전출이 전입보다 많은 순유출이 1만6000명에 달했다. 영남권은 모두 6만7000명 순유출이 발생했다. 이들 권역에서 이동한 인구는 대부분 수도권이나 중부권으로 향했다. 지난해 수도권은 5만6000명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 같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함께 고려한 지표는 지방소멸이 가까운 미래라고 경고한다. 지난달 29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역산업과 고용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49.6%)인 113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2005년 33곳에 불과했으나 2015년 80곳, 2020년 102곳으로 소멸위험지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소멸위험지수는 만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출생아가 고령자보다 적으면 인구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둔다. 소멸위험지수가 1.0 미만이면 위험 단계를,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이 높다고 본다. 3월 소멸위험지역 113곳 가운데에는 0.2 미만인 ‘소멸고위험지역’이 45곳, 0.2~0.5 미만인 소멸위험진입지역이 68곳이었다.
특히 농촌 지역은 대부분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인구 감소지역에서도 농촌지역이 많은 호남권은 기초지자체의 70% 이상, 강원·영남권은 60% 이상이 포함됐다. 지역별로는 전남과 경북이 16곳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강원(12곳), 경남(11곳), 전북(10곳), 충남(9곳), 충북(6곳)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청년유입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 이 정책은 인구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고령화율을 낮출 수 있어 효과적이다. 지자체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공공기관, 기업 유치와 함께 귀농·귀촌의 정책을 기반으로 청년들이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마다 온갖 혜택과 지원 방안을 만들어 도시인들의 귀농·귀촌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귀농은 농촌에 내려와서 농사를 전업으로 삼는 것이고, 귀촌은 농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농촌 인구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귀농·귀촌 인구 증가가 꼽힌다. 하지만 현재 귀농·귀촌정책으로는 농촌인구증가와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농촌에 인구가 유입되는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농촌지역으로 이주온 사람들은 도시와 달리 기본 생활시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오랫동안 농촌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마주하게 된다.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빈집이 늘어나는 데다 학교나 병원, 대중교통 등 인프라가 부족해 도시와 달리 생활 불편이 크다. 충분한 정보와 경험이 없어도 뭔가 하면 된다는 자신감만 믿고 왔다가 다시 도시로 되돌아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귀농에 성공한 농민들은 ‘귀농을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촌에서는 도시인들과 마을주민간, 즉 도시와 농촌문화의 충돌이 발생한다. 주요 갈등요인은 선입견과 텃세, 생활방식 이해충돌, 집이나 토지 문제, 영농기술·경험부족, 자금부족 등이다.
농촌살이에 성공한 박모씨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와 코로나19로 인한 저밀도사회에 대한 도시민의 관심 증가와 함께 힐링을 만끽하기 위해 농촌으로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각종 박람회에서 귀농·귀촌에 관련한 부스가 있어 호기심, 편안한 노후를 생각할 수 있지만 기존 생활을 버리고 내려와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준비와 공부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귀농·귀촌인 증가, 농촌의 개발과 보전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확대되는 등 기회 요소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높은 실정이다”며 “정부는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