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충청 거점 지방은행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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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에 충청 거점 지방은행 부활하나

충남·충북·대전·세종 등 4개 지자체 설립 추진
은행법 개정안 발의 등 충청 정치권도 가세
연구용역·출자자 모집 거쳐 내년 인가서 제출

지난 3월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충남 범도민 추진단 발족식.
[위기의 지방은행, 돌파구는]

①지방은행의 역사와 현주소(프롤로그)

②은행권 이어 빅테크 기업까지 경쟁

③지방은행 설립 나선 충청권 ←

④선진 사례-JB금융지주

⑤전문가 제언



충청권은 과거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지방은행이 2곳이나 있었다. 1968년 충남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충청은행이 설립됐고, 1971년에는 충북을 무대로 한 충북은행이 들어섰다. 충청은행은 대전·충남지역 50개 지점과 25개 출장소 등에서 총 1800명 넘는 종업원이 근무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충북은행도 충북일대 30여 개 지점, 7개 출장소 등 영업망을 보유하며 지역 거점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두 은행은 IMF 외환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충청은행이 1998년 부실은행으로 지정되고, 충북은행 역시 1999년 경영개선조치를 받게 되면서 각각 하나은행·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등에 흡수합병됐다.

이후 수십년 간 충청권은 지방은행 부재로 인한 공백이 커졌다. 지역 금융경제가 낙후된 것은 물론, 지역 자금 역외유출, 금융의 수도권 집중화로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충남 지역내총생산(GRDP)은 114조6419억원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지만 지방은행이 없어 역외유출 규모는 20.2%(23조원)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충남 발전에 기여해야 할 대규모 자금이 지속적으로 밖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충북 역시 GRDP(71조3000억원) 대비 역외유출은 18%(12조9000억원)로 충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충남과 충북의 역외유출액을 합치면 36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간다. 타 지역에 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대출금액이 낮거나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는 실정이다. 지방은행 소재 6개 지역 1인당 기업대출금액은 부산·대구 2억7700만원, 경남·광주 2억300만원, 제주 1억9800만원, 전북 1억7000만원에 이어 충남은 1억6900만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 평균 이자율은 광주·전남 3.19%. 대구·경북 3.04%, 경남 2.91% 등에 비해 대전·충남이 3.29%로 높다.

충청지역에 지방은행이 설립되면 이 같은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충남도 산하기관인 충남연구원은 최근 지방은행 설립 시 충남지역에서 예금은행과 비예금은행을 합쳐 약 7조5000억원이 신용창출로 인한 역내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충청지역에서 중소기업 지원, 인프라 투자, 서민금융 지원 등을 통해 지역재투자가 일어나 지역경기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투자·생산·고용의 선순환 고리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청권 전역에서 보수적인 가정하더라도 생산유발효과 4712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523억원, 고용유발효과 2823명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탓에 과거에도 여러 차례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실제 설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방은행 특성상 지역 주체(지자체·상공회의소·경제연합체 등) 중심의 설립 주도가 필수적인 만큼 특정 주체의 일정 지분 이상 주식 보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은 동일인 및 비 금융주력자가 지방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을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특례법에 의해 비금융주력자가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34 이내에서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해 지방은행과 비교할 경우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방은행 설립을 위해 정책적 뒷받침에 나섰다.

이정문(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병) 의원은 지난 11일 지방은행 설립 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과 동일하게 동일인 및 비금융주력자가 지방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총 발행 주식의 100분의 34 이내에서 보유할 수 있도록 완화하되, 설립 시 필요 자본금을 일반 은행과 같이 1000억 원으로 인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정문 의원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금융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역경제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지방은행 설립이 꼭 필요하다”며 “특히 이번 개정안을 통해 충청 4개 시도의 염원인 충청 지방은행 설립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홍문표(국민의힘, 충남 홍성·예산) 의원도 현행법 완화를 핵심으로 한 ‘은행법 개정법률안’을 지난 3월 대표 발의했었다. 지방정부 은행자본금 15% 제한규정 예외적용이 주요 골자다.

홍문표 의원은 “550만명이 거주하는 충청권에 지방은행이 없다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켜 윤석열 정부에서 반드시 충청권 지방은행이 설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남도를 중심으로 대전시, 세종시, 충북도 등 4개 지방자치단체도 지방은행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지방은행 설립으로 지방자치를 실현하고 지역자금과 경제의 선순환을 통해 안정적인 균형발전을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우선 충남도는 지난 3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충남 범도민추진단’을 발족했다. 도내 경제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대학 총장, 유관 기관·단체 대표, 시군 단위 대표 등 680명과 국회의원, 전·현직 금융인 등 20명의 자문단이 참여하고 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때까지 대전·세종·충북추진단과 연합해 각계각층 역량 결집, 투자자 발굴 및 출자자 모집, 설립 인가 촉구, 지역 여론 형성 등의 활동을 한다.

충남도는 최근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의지 확산을 위한 ‘100만 충청인 서명운동’ 공식 누리집(http://ccbank-onlinesign.kr)을 개설하고, 온라인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서명운동은 지역 자금 역내 선순환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충청권 도·시민 대상 금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충청권 지방은행의 설립을 위해 추진됐다.

또 연구지원단을 꾸려 전방위 연구·조사를 실시 중이다. 연구단은 충청권 은행의 자본금을 3000억~7000억원, 점포수는 본점(영업부 포함)과 지점 10~30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최근에는 지역 금융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전문기관 타당성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4개 시도 실무협의회를 갖는다. 올해 안에 출자자 모집 등을 거쳐 내년 금융위원회에 인가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설립되면 지역 내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금융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중소기업 육성에 든든한 금융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기존의 지방은행과 다르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인터넷뱅킹을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 기술과 AI 기능을 적용하는 동시에 충청권 권역지역별로 거점을 두고 지역 밀착 서비스를 겸하는 복합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충남 홍성·공주=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충남 홍성·공주=이승홍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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