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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정 명창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소리를 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5월 열린 ‘제26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다정 명창의 소회다. 김 명창은 본선 경연에서 판소리 ‘심청가’ 중 ‘타루비’ 대목을 불러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소리꾼이라면 누구나 대통령상을 꿈꾼다. ‘명창’이라는 단어가 아직 어색하다는 그는 수상의 기쁨도 잠시, 부끄럽지 않은 소리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매일 부지런히 소리를 단련하고 있다.
그에게 이번 대회가 첫 도전은 아니다. 포기를 모르는 성격의 그는 ‘2002년 보성소리축제’ 일반부 대상, ‘2011년 여수진남국악제’ 명창부 대상, ‘2023년 제31회 임방울국악제’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왔다.
본선에서 부른 ‘타루비’ 대목은 심 봉사가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를 그리워하며 절규하는 장면으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눈대목이다. 그가 가장 자신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예선에서는 추첨을 통해 ‘방아타령부터 심봉사 눈뜨는 대목’까지를 불렀다. 이전 대회에 나가면 매번 출전 순서로 1번이나 2번을 뽑곤 했지만, 이번에는 운이 따랐는지 행운의 7번을 뽑았다고 한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덕분에 빛을 보게 된 거 같아요. ‘임방울국악제’ 수상도 세 번이나 예선 탈락하고도 도전해 얻은 상이었는데요. 이번 보성소리축제 역시 세 번 도전한 끝에 대통령상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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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정 명창이 ‘제26회 서편제 보성 소리축제’ 본선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
어린 시절 가야금과 한국무용 등 여러 장르를 취미로 배우며 흥미를 느꼈고, 전남예고에 진학해 소리, 북 등 타악기를 전공으로 배웠다. 그러던 중 당시 담당 선생님이었던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및 고법 이수자 임영일 명고의 추천으로 진로를 바꾸게 됐다.
“선생님이 ‘여자가 타악을 하는 것은 힘든데 소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으셨어요. 원래 노래 부르는 걸 무척 좋아해서 고민하지 않았어요. 뒤늦게 소리를 배우면서 내가 이걸 하려고 무용도 배우고, 타악도 배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임영일 명고의 소개로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인 주소연 명창을 만나 소리 공부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많이 연습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듯 열심히 달려왔다. 전남대 국악학과, 전남대 일반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해 공부하며, 전인삼 임영일 하선영 서정선 이정화 송영란 조명호 홍영실 등 수많은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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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연희그룹 소리메굿나래의 공연에 선 모습. |
아울러 스승인 주소연 명창이 이끄는 향산주소연판소리보존회에서 이사를 맡아 각종 공연 등을 기획하며 함께 하고 있다. 2019년 향산주소연판소리보존회의 창극 ‘황후심청’으로 ‘대한민국 창극제’에 출전했을 때는 심봉사 역으로 여자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그의 뛰어난 연기에 심사위원들이 깜빡 속아 남자연기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가 성별을 정정해 여자연기상으로 바꿔 시상한 일화도 있다.
“원래부터 연기하는 것과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어요. 극단에 들어가 잠시 활동한 적도 있죠. 창극제에 나간 것을 계기로 이후 광주 국악상설공연 등에서 창극을 선보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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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심청가’ 완창발표회를 선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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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황후심청’에서 심봉사역을 맡은 김다정 명창. |
“목표를 향해 달려가 마침내 도달하면 사람이 해이해지기 마련이죠. 주소연 선생님은 ‘항상 소리는 천변만화(千變萬化)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또 소리를 할 때 힘을 쫙 빼고 불러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힘을 빼라는 말이 어떤 건지 몰랐는데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네요. 해마다 완창발표회를 열어 멈춰있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관객들 앞에 서서 무대를 마친 후의 기분. 그 희열감은 무대에 서본 이들만이 알 수 있다. 김다정 명창은 무대 위에 노래할 때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어주거나 응원을 보내면 저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세 자녀의 엄마인 그는 끝으로 그동안 묵묵히 꿈을 응원해준 신랑과 부모님, 스승 주소연 명창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큰 힘이 돼준 신랑과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죠. 소릿길을 걸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주소연 선생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관객들에게 ‘소리를 참 맛깔나게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아직 소리의 매력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좀 더 재미있고 쉽게 다양한 방법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연구할 겁니다.”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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