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무기는 꾸준함…국악에 대한 벽 낮추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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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무기는 꾸준함…국악에 대한 벽 낮추고 싶죠"

[남도예술인]김현무 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 대표
연주·크리에이터·작곡 등 분야서 다재다능 활동 ‘눈길’
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 설립…유튜브 콘텐츠 기획·제작
인디밴드 바닥프로젝트도…"자주적인 공연 문화 조성"

김현무 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 대표는 “대중의 국악에 대한 이해를 돕고 벽을 낮추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무언가를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재능이다. 어쩌면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덕목일지 모른다.

김현무 대표는 학창시절 우연히 국악을 접하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고, 그 이후 20여년째 한길만을 걸어오고 있다. 그를 단순히 국악인 또는 연주자라 칭하기는 어렵다. 그야말로 다양한 방면에서 다재다능한 활동을 해오고 있어서다. 기획부터 연주, 크리에이터, 지휘, 작곡 등 여러 분야에서 발을 넓혀가고 있다.

광주 살레시오고에 재학 중이던 시절, 그는 풍물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우연치 않게 살레시오여고 학생들과 공연을 하게 됐는데, 담당 교사의 아들이 예술고등학교에서 국악을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처음 피리를 배웠고, 창작국악단 도드리와의 인연도 그즈음부터 시작됐다. 이후 전남대 국악학과에서 피리와 지휘를 전공하며 음악의 길을 걷게 됐다.

군대 제대 후인 2003년부터 10여년간 그는 도드리에서 연주 활동에 매진했다. 지역의 여러 뮤지션들을 만나 소통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10년부터는 뮤지션 임웅 김영훈과 함께 3인조 인디밴드 바닥프로젝트를 결성, ‘골방음악회’를 100회 넘게 이어오며 관객들을 만났다. 2017년에는 해금 김단비, 가야금 박희재와 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을 설립, 국악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소개하며 국악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소속된 모든 팀에서 ‘국악을 알리는 역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활동해왔다고 설명했다.

“도드리는 국악가요와 창작곡이라면 모호는 퓨전 음악, 바닥프로젝트는 인디밴드에서 국악의 역할을 보여줬죠. 또 나랩은 국악기를 가까이서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고요.”

김현무 대표가 ‘문턱 2024’ 공연에서 피리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17일 열린 ‘5·18전야제’의 전체 음악 창작을 맡아 동료들과 함께 진행했다. 5월 28일에는 보헤미안 소극장에서 ‘언젠가 봄날에 우리 다시 만나리’라는 제목의 공연을 열고 창작곡들을 다시 선보였다.

현재 나랩의 유튜브 채널에는 800여개의 영상이 업로드돼 있다. 주에 2편 정도의 영상을 꾸준히 올리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국악을 듣고 즐기는 감상 콘텐츠뿐 아니라 소금이나 가야금, 단소 등 국악기를 누구나 쉽게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영상, 교사들의 전문적인 국악교육을 돕기 위한 교육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국악관현악 곡을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한 악보를 판매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나랩을 설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공연자로 무대에 서며 느껴온 회의감이라고 밝혔다.

“공연자로 활동하면서 허탈함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일회성 무대로 끝나버릴 때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죠. 음악적 소모품으로 쓰이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자유롭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 활동을 해보고 싶어 마음 맞는 동료들과 단체를 만들게 됐습니다.”

나랩은 여러 공연도 함께 기획하고 있다. 청소년부터 성인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창작관현악곡부터 민요, 애니메이션 음악, 정악 등 연주를 선보이는 ‘모두의 국악 플러스’를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3월부터는 서구 빛고을국악전수관에서 매달 ‘국악기탐정단’이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국악기를 직접 만들고 관찰하고 공연으로 감상하며 쉽고 재미있게 알아볼 수 있다.

보헤미안 소극장과 협업한 ‘문턱’ 공연 시리즈는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이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운 소극장에서 관객들이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속에 음악을 즐기며 공연 문화와 친해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 ‘관객 입장하신다 문턱을 낮춰라’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매달 1회씩 국악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들이 주체적으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공연 입장권에 ‘원 프리 드링크’(One free drink)를 포함해 입장권을 구매한 관객에게 한 병의 음료를 무료로 제공, 공연 도중 마시며 관람할 수 있다.

바닥프로젝트의 ‘2023 사운드파크뮤직페스티벌’ 공연 모습.
김현무 대표가 기획한 ‘문턱 2023’ 무대.
“‘문턱’ 역시 자주적으로 공연을 만들어가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죠. 바닥프로젝트가 했던 ‘골방음악회’도 마찬가지예요. 입장료도 받지 않고 음식과 술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고 공연을 했었죠. 이런 활동들은 모두 주도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어요. 누가 만들어주지 않아도 우리가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1회 공연 때는 6회권의 티켓을 몰아 1장으로 판매했다. 공연장이 낯선 이들이 자주 쉽게 오면서 문화와 편해지고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1회 때는 국악이 주된 장르였다면 올해는 다양한 장르 공연자들로 무대를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도 와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연, 뮤지션들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자 한다. 지난 7월 시작한 올해 공연은 12월까지 6개월 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김현무 대표는 대학시절 남들이 다 잘하는 것이 아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던 청년이었다고 고백했다. 작은 향피리를 전공했지만 대피리와 소금, 태평소 등 다양한 악기를 익힌 것은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그러한 맥락에서 완전 전통음악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크로스오버 등 여러 장르에서 기획과 콘텐츠 제작 등 여러 방면으로 시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저는 국악 전공자로서 어느 정도 새로운 케이스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국악을 전공한 후배들에게 ‘국악을 전공하고 저렇게 활용하며 살아갈 수 있구나’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죠. 바람이 있다면 예술인들이 지금보다 편하게 예술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겁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국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바닥프로젝트 활동도 재개할 생각이다.

“저의 무기는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묵묵히 제자리에서 음악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 노력으로 대중의 국악에 대한 이해를 돕고 벽을 낮추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김다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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