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레퍼토리 발굴…도전하는 연주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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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레퍼토리 발굴…도전하는 연주자 될 것"

[남도예술인]첼리스트 오지희
빈 시립음대 우수 졸업…문화재단 지원 독주회 선봬
스트링 듀오 빈·K아트·광주여성필 등서 연주 활동
ACC시민오케스트라 강사 출강…"단원 열정 본받아"

오지희 연주자는 “주어진 무대에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연주자이고 싶다”고 밝혔다.
첼로는 참 매력적인 악기다. 연주자가 앉아 가슴에 품어 연주한다는 특성 때문에 ‘연주자의 심장에 가장 가까운 악기’라 부르기도 한다.

깊고 부드러운 그 특유의 음색은 여러 악기들 사이에서 유독 돋보인다. 따뜻하면서도 중후한 음색을 듣고 있노라면 차분히 다가와 듣는 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만 같다.

오지희 첼리스트는 매 무대에서 감성적이고 풍부한 연주를 선사하는 연주자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무대는 늘 전과 다른 새로움을 기대하게 만든다. 지난 네번의 독주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첼로 레퍼토리로 흔히 알려진 곡들이 아닌 생전 처음 연주해보는 곡들로 무대를 꽉 채웠다.

“제 독주회의 차별점은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레퍼토리가 아닐까 싶어요. 귀국독주회 이후 두번째부터 늘 색다른 시도를 해왔죠. 첼로 곡은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독주회 프로그램들을 보면 비슷한 곡들이 대부분이죠. 저는 뻔한 건 싫었고 안해본 곡을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2018년 귀국독주회를 빼고 2020년 두번째 독주회부터 올해까지 전부 광주문화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공연마다 헝가리,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정해 선보였다.

조금은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곡들을 넣은 이유는 신선한 연주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막상 연주를 해보면 어떤 곡이든 그 곡만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곡을 연주하며 스스로 찾아낸 감동과 느낌이 관객들에게도 와닿기를 바라며 연주회를 준비해왔다.

ACC 시민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올해 네번째 독주회는 그 어느 때보다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인이나 동료들을 비롯해 일반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독일 작곡가를 주제로 로베르트 슈만, 멘델스존, 카밀로 슈만의 곡을 연주했는데, 이중 카밀로 슈만의 ‘첼로소나타’는 흔히 연주되지 않는 곡이었다.

“독주회를 준비하며 곡을 선정할 때 이 곡을 모르더라도 듣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면 고르는 편인데요. 클래식 애호가나 전문가가 아닌 관객들 입장에서 감상해보곤 하죠. 물론 모르는 곡을 하면 연습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어려운 점도 있지만, 청년예술인 지원사업을 통해 선보이는 무대인만큼 안주하기보단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오 연주자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피아노를 치고 노래 부르길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방과 후 학교에서 처음 첼로를 만났다. 이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첼리스트 김유정 광주여성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을 만나 본격적으로 악기를 배우게 됐고, 지금까지 스승과 제자가 함께 연주자의 길을 걸으며 귀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때가 4학년쯤이었을까요.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첼로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부모님이 선생님께 제가 소질이 있는지 여쭤보셨는데 ‘애가 즐겁게 배우니 한번 시켜보는 게 어떻겠냐’ 용기를 주셨다고 해요.”

그는 김유정 단장의 가르침을 받고 중학교 졸업 이후 어린 나이에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시절 밝고 긍정적인 성격 덕에 큰 무리 없이 잘 적응해 지냈다. 한인교회를 간 첫 날 목사님이 원래 다니던 학생인 줄 알고 인사를 건너뛰었을 정도라고 한다.

이후 빈 시립음대(Music and Arts University of the City of Vienna)에 입학해 예비과, 학사, 석사과정을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10년간의 유학시절 동안 국제적인 마스터 클래스 및 유수의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해 연주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베토벤 심포니 오케스트라, 우크라이나 방송교향악단 등 다수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역임하며 음악적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는 마에스트로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무대를 함께 꾸몄다.

“우연한 기회에 객원연주자로 함께 연주를 서게 됐는데 지휘자님이 정명훈 선생님이셨어요.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선생님과 함께 연주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가슴이 벅찼죠. 본 무대 아닌 리허설을 하는데도 지휘봉을 드는 모습에서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무대 중 하나죠.”

오지희 연주자(오른쪽)가 멤버로 활동하는 스트링 듀오 빈의 무대
오지희 연주자가 2024년 독주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오 연주자는 현재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독주회뿐 아니라 스트링 듀오 빈, K아트 앙상블의 멤버이자 광주여성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다채로운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ACC시민오케스트라 강사로 출강하며 시민 단원들을 이끌고 있다. 아마추어인데도 열정을 쏟아 부으며 임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며 연주자로서 초심을 다잡는다.

“ACC시민오케스트라 단원분들은 자부심이 남다릅니다. 연습도 정말 열심히 하고 놀라울 정도로 최선을 다하시죠. 처음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너무 초보실력인데 과연 곡을 끝까지 연주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분들도 10개월 후면 결국 다 해내시더군요. 주어진 연주를 어떻게든 완성해내는 모습을 보고 전공한 연주자로서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주하는 삶이 재미있나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구요.”

올해 ACC시민오케스트라 연주회는 11월 2~3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선보였다. 지난해 첫번째 공연이 10분도 안 돼 전석매진되면서 올해 공연을 2회로 늘렸다.

오 연주자는 다가올 2025년에는 앙상블 연주 기회를 늘려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현재의 자신에게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찾아 연주하며 도전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저는 스스로 엄청 잘하는 연주자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고 시도해보고 싶은 것도 많죠. 주어진 무대에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연주자이고 싶습니다.”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김다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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