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등산’ |
주인공은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뒤 사진으로 전향해 ‘지리산 프로젝트’ 등 사진가로서 꾸준하게 활동을 펼쳐온 임채욱 작가가 그다. 임 작가는 지난달 27일 개막, 오는 27일까지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무등산’이라는 타이틀로 한 사진전을 열고 있다. 출품작은 영상 3점과 사진 24점.
그는 이번 전시에서 무등산이 주체가 된 시선에 바탕해 광주의 서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식과 구성으로 선보이는 가운데 무등산(광주의 역사를 지켜본 산), 무등산 의재길(차와 예술의 길), 무등산 오월길(5·18 민주화길), 그리고 엔딩에 해당하는 무등산 물들길(남도 정원의 길) 등 4가지 주제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무돌길이 아닌, 물들길로 명칭을 정한데는 광주정신의 면면한 흐름을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배롱나무 꽃 떨어져 흘러갈 때 장노출로 촬영, 붉은 꽃이 떨어져서 흘러간다는 것을 표현했다.
![]() |
‘무등산’ |
“제가 차도 없는데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어요. 그가 주말만 시간이 나서 그때만 촬영을 하는 것이 힘들었죠. 소쇄원 등 원거리에 갈 때는 난감했구요. 제게 촬영 전후 광주는 달라졌습니다. 무등산을 작업 하기 전에는 지리산 노고단에서 바라보던 무등산이었거든요 .무등산 작업은 내가 바라본 무등산을 작업한 것이 아니라, 무등산을 지켜본 광주를 작업한 것이죠. ”
전시공간은 지난해 6월부터 물색, 은암미술관으로 정했지만 10월에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까지 국내 상황이 급변하면서 전시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그는 비상계엄을 경험하지 못했으나 12·3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비상계엄 당시 그는 국회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했다. 비상계엄을 뜻하지 않게 경험한 셈이다.
“계엄 전의 광주를 작업했는데 다시 이전 시대에서나 가능했던 계엄이 서울에서 발동된 거예요. 제 작업과 너무 밀접하게 연관이 돼 전개되더군요. 비상계엄이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가 돼 버린 거예요. 그래서 다시 올 1월에 5·18민중항쟁의 상징적 공간인 전남대에서 그것을 잇기 위해 다시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남대에서 동백을 봤는데 날씨가 추워서 꽃은 피지 않았더군요. 전세대의 비상계엄이 대충 가을로 해서 종결됐는데 12월 이후 현재의 비상계엄을 담아야 했기 때문이죠. 1980년 비상계엄 이후 45년만에 다시 계엄이라니 믿을 수 없었습니다.”
![]() |
‘무등산’ |
“무등산 작업은 타이밍적으로 운명적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무등산을 보면 인수봉이 떠올려져요. 인수봉이 서울을 바라보고 있다면 무등산은 광주를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극과 극의 타이밍을 탄 것 같습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그렇고, 현 정권의 비상계엄도 그렇구요. 상상할 수 없는 극과 극의 사태를 겪었다고 봅니다. ‘지금 작업을 안하면 언제 하냐’라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어요. 무등산을 바라본 스팟이 드러나게 옛날부터 이어져서 현재의 5·18민중항쟁과 12·3비상계엄이 상황들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고 보죠.”
![]() |
윤상원 열사를 호출해 광주정신을 상기시키는 임채욱 작가 |
임 작가는 북한산 관련 도록을 3권 냈지만 전시를 열지 못했다. 북한산 관련 전시를 한 차례 열 생각이다. 이와함께 300부를 찍은 도록의 ‘무등산’ 글씨는 장불재와 입석대, 규봉암 등에 있는 바위(주상절리)를 하나씩 조합해 만들어 독창적이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