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문명의 경계 탐구…현시대 풍자 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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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인간과 문명의 경계 탐구…현시대 풍자 투영

허진 교수 DB금융투자·갤러리 초이서 잇따라 전시
30점 선봬…한국화 문맥 이으면서 존재 의미 일깨워

허진 교수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담론은 ‘노마드’(nomad)다. 현대인의 삶을 유목에 빗댄 표현으로 한곳에 정주하지 못한 채 떠돌며 살 수밖에 없는 현대적 삶에 대한 반어로 읽힌다.

이같은 회화정신을 기조로 대학에 재직하며 창작자로서 삶 또한 분주하게 꾸려온 가운데 전시를 잇따라 열고 있다. 주인공은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에 재직 중인 허진 교수가 그다.

그는 이번 봄을 맞아 두 곳의 개인전을 진행 중에 있다. 이 두 전시는 갤러리 초이가 기획하고 DB금융투자가 초대 후원한다. 갤러리 초이가 6개월 동안 맡아서 운영하게 됨에 따라 이번 기획을 전적으로 맡아 진행했다.

먼저 DB금융투자 알파플러스클럽 27층 VIP라운지에서 지난 5일 개막, 오는 4월 29일까지 연다. 출품작은 15점. 이 전시에는 초이보다 대작들이 더 많이 출품돼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전시할 화가로는 3명이 선정된 가운데 1인이 허 작가로 선정돼 전시가 성사된 것이다.

이어 갤러리 초이에서 제38회 개인전이 29일부터 4월 19일까지 ‘오라, 나의 영토로’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출품작은 DB금융투자 알파플러스클럽 전시처럼 15점이다.

‘이종융합동물’과 ‘유목동물’ 시리즈를 주축으로 작품을 선보일 이 두 전시는 인간과 문명의 경계를 탐구하며 그가 속한 예술적 혈통에 대한 내면의 대화를 도출한 현시대의 풍자가 세련되게 펼쳐진다.

오랜 시간 그가 고민하고 지적하는 문제의식을 독창성 있는 조형언어로 시대적 고발을 하고 있으며, 형상들은 전통적인 답습을 배제하고 화면 속 사물들을 해체하는 등 고심해온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대표적 연작은 ‘유목동물’, ‘이종융합동물’로 인간과 자연, 문명과 야생, 과거와 현재의 뒤엉킴 속에서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일련의 과정들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의 사물들은 인간을 단순화시켜 실루엣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동물과 문명의 흔적들을 세밀하게 병치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존재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일깨워 낸다.

미술비평가 겸 전시기획자인 이건수 전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은 허진 작가의 작품에 대해 “화면 곳곳에 산재해있는 무수한 색채의 점들과 필획들이 양자역학적인 입자와 파동의 기운생동적인 현현으로 읽혀진다”면서 “그는 마치 창조주(composer)처럼 이종융합동물을 유토피아라는 형이상학적인 공간 속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회화적 자장의 리얼리티 속으로 진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의 서사적 풍경은 존재적 진실을 품고 있는 시적 풍경으로 아로새겨질 것”이라고 평했다.

DB알파플러스클럽 전시 전경.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유목동물+인간-문명’
또 초이 갤러리 측은 허 작가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의재의 손으로 장식적 미술에 치중하기보다는 굵직한 작품들을 선을 보이는데 집중했다. 한국화에서 상징적 전시이자 의미있는 전시로 한국화의 문맥을 잇는 작가로 전시 취지에 부합된다는 설명이다.

김미경 갤러리 초이 대표는 초대서문을 통해 “소치 허련에서 시작해 남농 허건으로 이어지는 전통 화맥의 한가운데 서 있는 그는 단순한 예술적 유산자가 아니다. 선조들의 시대관과 세계관을 기조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또다른 예술가이기에, 그는 화맥의 정체성과 예술적 철학, 예술가로 보는 시대상을 탐구하는 중요한 위치로 그가 지닌 소명은 남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허진 작가는 그동안 야생동물과 인간, 인공물의 이미지를 한데 등장시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성찰하고 현대인이 잊고 있는 본성(자연)을 일깨우는 작업을 펼쳐왔다.

그가 그려내는 세계에서 실루엣으로 표현된 인간 일반과 섬세하게 묘사된 동물, 그리고 의외성을 안은 채 등장하는 인공 사물은 미묘하게 공존한다. 작업이 쌓여가면서 그의 화폭은 야생과 문명이 질서와 혼돈 속에 조화를 이룬, 특별한 영토를 이루고 있다는 평이다. 허 작가는 서울대 예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1990년 개인전 ‘묵시’로 데뷔한 이후 제37회 개인전과 600여회에 이르는 단체전에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과 제1회 한국일보 청년작가 우수상, 2001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관광부), 제19회 허백련미술상 본상, 용봉학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남대 예술대학장을 맡고 있다. 개막식은 29일 오후 5시.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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