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자유롭게 마음 표현하는 방식…삶의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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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자유롭게 마음 표현하는 방식…삶의 의미죠"

[남도예술인]소프라노 김진남
5년 만 독창회 마련 성황…가곡부터 오페라까지 구성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 국립극장 5·18오페라 ‘무등둥둥’
"무대 위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연주자 마음가짐" 밝혀

김진남 소프라노는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 중요한 게 연주자의 정신과 내면”이라면서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성악가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지역에서 20년 넘게 성악가로 활동해온 그에게 무대는 여전히 긴장되고 무엇보다 소중하다. 노래로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열망이 무대에 계속 서게 하는 원동력이자 삶의 의미다. 지난 20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5년 만의 독창회 무대를 선보인 소프라노 김진남씨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11월 독창회를 준비했으나 갑작스러운 건강상의 문제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독창회는 어느 때보다 더욱 특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갖게 된 이번 독창회에서 그는 50대 초반 갱년기를 겪으면서 느낀 변화무쌍한 감정들과 삶의 변화들을 다양한 곡들에 빌려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손꼽아 기다려온 무대인만큼 레퍼토리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라틴어부터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한국어까지 여러 언어의 곡을 선정했다. 세자르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 중 ‘자비로운 주님’으로 시작해, ‘카딕스의 처녀들’, 오페라 ‘수잔나’ 중 ‘산 위에 나무들’, 오페라 ‘영매’ 중 ‘모니카의 왈츠’를 들려줬다.

한국 가곡인 김효근의 ‘사랑의 꿈’, ‘천년의 약속’, ‘가장 아름다운 노래’ 등 세 곡은 이아미 첼리스트의 연주에 맞춰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관객들에게 친근한 곡인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라 ‘유쾌한 미망인’ 중 ‘빌랴의 노래’로 대미를 장식했다. 피아노 연주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절친한 동료인 박진희 피아니스트가 맡았다.

“독창회를 준비할 때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고 오래 걸리죠.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사 전달과 관객과의 소통이에요. 가사를 잘 표현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전달하고 감동을 줘야 하죠. 무대는 대화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 ‘GIC 클라빌레 정기연주회’에서 노래하고 있는 김 연주자.
2021년 ‘제20회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들 정기연주회’에 선 김 연주자.
그는 음악을 좋아한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아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노래에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생 때부터 중창단과 합창단 등에 들어가 활동하며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는 등 이목을 끌곤 했다. 그때부터 꿈은 자연스레 성악가였다.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를 졸업한 후에는 서양미술을 전공한 친언니와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났다. 클래식 공부는 흔히 본고장인 이탈리아나 독일로 많이 떠나지만 그는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미국행을 꿈꿨다.

“유럽은 예술 전문 대학이 많은 편인데 저는 좀 더 아카데믹하고 체계적인 대학 커리큘럼을 원했습니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대학을 다니고 싶었죠. 평소 영어를 좋아했고요.”

그는 1997년과 1998년 미국에서 두번의 독창회를 열었으며 오페라 ‘카르멘’에 출연했다. 또 오페라 갈라 콘서트, 뉴욕 한인 기념 음악회, 이태리 피사에서 열린 국제음악 페스티벌 등에 참가하는 등 왕성한 연주 활동을 펼쳤다.

뉴욕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는 바로 박사과정을 준비했다. 티오(TO)가 많지 않은 데다 입학 관문이 워낙 높아 낙방을 여러 차례 했다. 재수를 준비하며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밤낮 없이 합격 통지서만을 기다리며 보낸 시간이었다. 박사과정을 수학하는 동안 오페라 ‘노처녀와 도둑’(The old maid and the thief)과 ‘윈저의 즐거운 부인들’(The Merry wives of windsor)에 출연했으며 하이든의 ‘천지창조’ 독창자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후 IMF가 터지면서 그는 7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01년 귀국독창회를 시작으로 2006년, 2008년, 2011년, 2016년, 2019년 여섯번의 독창회를 선보였다.

노래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그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아직도 매일 노래 연습에 몰두한다. 노래는 그가 자유롭게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 무도회’에서 오스카 역할을 맡아 노래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오페라 ‘무등둥둥’의 어머니 역으로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 섰을 때다. 귀국 후 처음 맡은 오페라 주연 무대였는데 당시 커튼 뒤에 서서 느꼈던 긴장감과 흥분이 아직까지 생생하다고 한다. 자신이 왜 무대에 서야하는지 절실히 느끼게 해준 무대였다.

체력이 약한 편인 그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특별한 루틴을 지킨다. 주 3회 걷기와 요가, 골프 등 다양한 운동을 겸하며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쓴다. 항상 따뜻한 음식과 물만 섭취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트레스 관리다. 연주자의 마음 상태가 무대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가장 중요한 건 하루하루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긍정적인 마음이에요. 나이가 들고 갱년기를 겪으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걸 느꼈는데요. 그러면서 마음에 평정심을 유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 중요한 게 연주자의 정신과 내면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는 광주성악아카데미, 광주국제교류센터 클라빌레,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들의 회원으로 동료들과 교류하며 함께 무대에 서고 있다. 항상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남편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그는 끝으로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성악가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량이 저하될 수는 있겠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체력관리도 열심히 하고 건강한 목소리를 잘 유지해 최대한 오래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부르고 싶은 노래를 자유롭게 부르며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죠.”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김다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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