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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글로벌모터스(GGM) 설립이 가시화된 지난 2018년 즈음을 되돌아본다. 전기차냐 수소차냐를 놓고 미래차 공방이 한창인데 무슨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말이냐. 중형차 이상급이 선호되는 한국 소비자 트랜드에 2000만원에 육박하는 경차가 팔리겠느냐. 말이 좋아 상생형일자리지 현대차나 기아 근로자에 비해 반값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누가 일을 하려고 하겠느냐. 35만대 생산 때까지 노조를 만들지 않겠다는 협약을 한다지만 누가 보증을 하며, 어겼을 경우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이처럼 과거 또는 현재의 판단기준에 견줘 GGM이 안될 이유만 찾았던 것이 사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집단을 들라하면 단연 노동조합이다. 노동자 개개인은 한없이 힘없는 존재다. 막대한 자본가와 그들의 연대에 노동자 개인이 대항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단결하고 조합을 결성한다. 노동조합의 존립 목적은 누가 뭐래도 노동자의 권익보호와 확대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 자본가와 싸워서 더 많은 임금을, 더 나은 복지를 쟁취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누구도 비난해서도 반대할 명분도 없다. 노동조합은 가장 강력한 수위의 투쟁방법으로 파업을 구사한다. 하지만 노사갈등과 투쟁에 있어서도 금도는 있다. 결코 회사를 망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과거, 광주에서 한 회사 노동조합이 타협 없는 장기 파업을 강행하다 직장 폐쇄로 이어진 최악의 사례를 목도한 바 있다. 그 회사 노조는 노사협상에 진척이 없자 상급 노조인 산별노조에 교섭권을 위임했고, 산별노조는 가혹하리만큼 회사를 압박했다. 결국 사주는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회사의 문을 닫고 폐업을 결행했다. 교섭을 진행했던 산별노조는 이 회사 폐업으로 실직한 노동자에게 어떠한 보상도 책임도 지지 않았다.
필자의 보수적인 판단과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2019년 GGM은 37개 주주사가 2300억 원을 투자하고, 은행권이 3400억 원을 대출해 설립됐다. 불과 5년여 만에 5만3000여 대의 내연과 전기차 캐스퍼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이렇게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주·야간 2교대 근무를 실시해야 하지만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쳐 물량확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GGM 출범 당시 설립 주체들은 ‘노사상생발전 협정서’를 작성했다. 35만대 생산 때까지는 노조 결성과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지난 7월 민주노총 산하 통합노조가 출범했고, 파업을 위한 쟁의권도 확보했다.
어렵사리 전남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으로 지난 10월 25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에 돌입했으나 합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를 비롯한 추가 물량을 현대차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회사 측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사실 노사상생발전 협정서라는 것이 노동자에게 부담스럽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것은 GGM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인정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노사문제로 인해 생산물량 확대와 수출 증대 등 GGM의 1단계 목표인 자립경영이 방해를 받거나 회사가 좌초하게 된다면 어리석인 판단과 행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 많은 황금알을 얻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GGM이라는 회사의 탄생 배경이 다소 낮은 임금이라 하더라도 지역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자본주의 경제의 제1 전제조건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당사자 간에 맺은 계약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킨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누가 이 신의를 저버리는지 감시하고 이행을 압박하는 것이 GGM에 대한 광주시민의 또 다른 모양의 애정 표현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