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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진 국가교육위원회 특별위원·금구초 교장 |
에너지 수업도 마찬가지다. 전도에서 전은 ‘전할 전’임을, 단열에서의 ‘단’은 ‘끊을 단’임을 알게 해야 한다.
지구가 스스로 돈다는 뜻의 자전은 ‘스스로 자, 돌 전’으로 이뤄져 있음을, 광합성은 빛을 이용해 여러 가지가 합쳐져 양분을 만든다는 뜻임을 이야기해 주는 것은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교육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큰 고민거리가 됐다.
문해력이 낮아지는 데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핵심적인 원인 하나는 바로 어휘력 부족이다. 중요한 단어들의 뜻을 제대로 모른 채, 마치 뜻 모를 영어 단어를 외우듯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저는 이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 방법으로 교과서에 한자 주석을 달아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교과서 본문 단어 바로 옆에 괄호를 치고 한자를 넣어 주는 방식을 한자 병기라고 한다. 그러나 본문 내 한자 병기는 글을 읽는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오랫동안 지켜온 한글 전용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 바로 교과서 여백에 간단한 주석을 달아주는 방법이다. 교과서 본문에 직접 한자를 넣는 대신 페이지 하단의 각주나 옆면의 날개단을 활용하면, 글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이 한글로 적힌 개념어의 속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한글 전용의 장점도 살릴 수 있다.
한자 주석이 가진 또 다른 강력한 장점은 바로 무한한 어휘 확장성이다. 앞서 언급한 지구의 자전에서 ‘스스로 자’와 ‘돌 전’의 뜻을 알게 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단어로 그 이해를 넓혀간다.
예를 들어 페달을 밟아 스스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탈것을 왜 자전거라고 부르는지 단번에 깨닫게 된다. 나아가 자동차나 회전 같은 단어를 처음 마주하더라도 굳이 사전을 찾지 않고 그 의미를 정확히 유추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개념어의 뿌리가 되는 뜻 하나를 열쇠로 쥐여 주면, 수십 개의 낯선 단어 문을 학생 스스로 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있다. 주석은 어디까지나 그 한자의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그 한자를 직접 써보게 해서는 안 된다. 본격적인 한자 교육으로 변질될 경우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한자 쓰기 교육이 결코 아니다. 한자는 철저히 뜻을 인지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
퇴적작용을 배울 때 ‘쌓을 퇴, 쌓을 적’임을 알려 주자는 정도다. 현무암을 배울 때 ‘검을 현’을 통해 검은 암석임을 이해하게 돕는 것이 어떻게 학습 부담이겠는가.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는 수많은 원인이 얽혀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 교과서 한자 주석 달기는 그 수많은 대안 중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이는 한글을 더 깊이 있게 쓰게 하고, 독서를 즐겁게 만들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기초 체력을 길러줄 것이다.
디지털 매체 과사용 문제에 대한 교육, 독서를 장려하는 교육, 한글을 바르게 가르치는 교육, 그리고 교과서 한자에 주석을 달아주는 일은 서로 대립하는 주장이 결코 아니다.
이 모든 노력은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란히 굴러가야 하는 수레바퀴와 같다.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
이 모든 노력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문해력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 통합적인 노력의 한 축으로서 교과서 한자 주석 달기가 학생 문해력을 여는 또 하나의 든든한 열쇠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병진 gn@gwangnam.co.kr
박병진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7.22 (수) 2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