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을에서 시작되는 이동전환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기고] 마을에서 시작되는 이동전환

김광훈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장·광주에코바이크 운영위원장

김광훈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장·광주에코바이크 운영위원장
매년 9월 22일은 승용차 없는 쾌적한 도시를 만들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정된 ‘세계 차 없는 날(Car-Free Day)’이다. 199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하루만이라도 운전대를 내려놓고 걷거나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가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를 돌아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오늘날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현존하는 위기다. 이에 발맞춰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수송 부문 탄소중립 정책의 중심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 비중은 급격히 늘었고, 많은 이들이 친환경 차를 타는 것만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기차 시대의 그늘도 직시해야 한다. 전기차가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력이 과연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졌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망 아래에서는 탄소 배출의 위치를 도로에서 발전소로 옮겨놓았을 뿐이다. 게다가 전기차 역시 ‘자동차’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승용차의 절대 수요가 줄지 않는 한 교통 체증과 녹지 훼손, 타이어·패드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결국 ‘어떤 연료로 달릴 것인가’에만 집착하는 정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제는 ‘어떻게, 얼마나 이동할 것인가’라는 이동의 패턴과 구조 자체를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삶의 현장인 ‘마을’에서부터 구체적인 실천을 시작하는 ‘광주행(行) 이동전환 모델 마을’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마을을 거점으로 시민실천단, 교통·에너지 담당 부서, 전문가, 환경단체가 협력해 주민의 실생활 이동 패턴을 공유하고 데이터화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마을에 상시 소통 창구를 두고, 이렇게 모인 경험을 ‘교통수송 에너지 절감 가이드북’과 ‘카드뉴스’ 등으로 제작해 확산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행정이 그린 밑그림을 시민이 단순히 따라오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민·관·학 협력형 모델’이다.

이러한 풀뿌리 실천은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선언 및 글로벌 내연기관차 판매·운행 제한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기후행동’과 맞닿아 있으며, 자가용 중심 도시를 ‘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 도시로 바꾸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이러한 구조적 전환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다음과 같은 4대 정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도시 공간의 재구조화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1대1 대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동 거리 자체를 줄이는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차로를 줄이고 자전거·보행 공간을 늘리는 ‘도로 다이어트’가 시급하다. 둘째, 대중교통 체계의 고도화와 무공해화다. C40의 무공해 버스 선언에 맞춰 시내버스, 택시, 공공 차량을 전기·수소차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 셋째, 저배출구역 지정과 적극적인 수요 관리다. 런던 등 선진 도시처럼 도심 핵심 지역에 고배출 차량 진입을 제한하거나 부담금을 부과하고, 주차요금을 현실화해 자연스럽게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 넷째, ‘정의로운 전환’과 통합교통서비스 구축이다. 내연기관 화물차로 생계를 잇는 소상공인과 정비업계 종사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상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다양한 이동 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계·결제하는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결국 글로벌 기후 정책과 내연기관차 퇴출 시그널은 도로 공간을 재배분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정책 당국이 수요 관리, 인프라 구축, 사회적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기후안심도시’로의 전환이 결실을 맺을 것이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가벼운 거리는 걷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며, 대중교통 이용을 일상화할 때 비로소 진정한 탄소중립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 9월 22일 ‘세계 차 없는 날’을 맞아, 오늘 하루만큼은 운전대를 내려놓고 나의 이동 습관을 돌아보자.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 시작되는 ‘광주행(行) 이동전환’의 당당한 주역으로서 거리에 첫발을 내딛길 기대한다.
광남일보 gn@gwangnam.co.kr         광남일보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