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우주, 인간의 미래 문명을 사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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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아시아와 우주, 인간의 미래 문명을 사유하다

‘코스모 아시아 피플’ 14일~8월 23일 ACC 문화창조원
8개국 31팀 102점 선봬…퍼포먼스·상영회·콜로키엄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14일부터 오는 8월 23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관과 4관에서 선보이는 주제기획전 ‘코스모 아시아 피플-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를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를 지나 통로에서 접할 수 있는 이응노 화백의 드로잉과 채색화 ‘작품’.
전시를 기획한 김광희 기획자가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스모 아시아 피플-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 전시 전경.
긴 통로에 들어서자 화면 가득 몸을 흔드는 듯한 형상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단순화된 검은 형상은 붉고 푸른 오방색 선을 두른 채 자유롭게 화면을 노닌다. 어딘가 즉흥적인 움직임은 마치 춤의 리듬을 닮았다.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형상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작품은 이응노 화백의 채색화 ‘작품’(1974·광주시립미술관 소장)이다. 공식 명제는 ‘작품’이지만, 작가의 아내이자 동반자였던 박인경 여사가 ‘춤’이라는 이름을 제안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선과 형상이 만들어내는 율동감은 정적인 회화보다 몸짓에 가깝다.

그 작품으로 향하는 긴 통로에는 1970년대 초반 드로잉 작업들이 함께 걸려 있다. 굵고 빠른 선, 반복되는 인체 형상, 압축된 움직임은 이후 대형 회화로 확장되는 조형 언어의 흔적처럼 읽힌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은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하나의 흐름 속으로 천천히 진입하게 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이 14일부터 오는 8월 23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관과 4관에서 선보이는 주제기획전 ‘코스모 아시아 피플-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는 이 같은 감각의 연장선 위에 놓인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기후위기, 인류세 시대 속에서 아시아와 인간, 우주적 상상력의 관계를 탐구한다. 인간과 자연, 기술과 공동체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존재라는 점에 주목하며, 아시아적 시각에서 동시대 문명을 다시 바라본다. 과학기술과 전통적 세계관, 생태 감수성 등이 교차하는 지점을 다양한 동시대 미술로 풀어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사유의 경험을 제안한다.

전시장에서는 8개국 국내외 작가들의 영상, 설치, 미디어아트, 사운드 작업 총 102점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들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생태와 신화, 우주와 기억 등 다양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인간 존재와 문명의 방향성을 질문한다.

이인성 작가의 ‘가을 어느 날’과 서세옥 작가의 ‘두 사람’, 싱가포르 난양 화풍의 회화들은 아시아의 피플이 어떻게 끊임없이 재발명돼 왔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조선 후기 우주관의 변화를 담은 보물 ‘신·구법천문도’를 통해 서로 다른 세계관이 공존하는 다성적인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말미에는 아시아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행성 시대 피플’ 캠페인 포스터 프로젝트도 소개된다.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증언하는 윤형근의 ‘Burnt Umber(다색)’는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서로를 지탱하는 기둥 형상을 통해 당시의 아픔과 굳건한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오늘날 기술 중심 사회가 만들어내는 변화와 불안, 그리고 새로운 공존 가능성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부 작품은 관람객 참여형 방식으로 구성돼 인간과 기술, 환경 사이의 관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코스모 아시아 피플-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 전시 전경.
‘코스모 아시아 피플-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에 출품된 이인성 작가와 이응노 작가의 작품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전시 전반에 흐르는 인간의 생명성과 관계성이다. 전시장 초입에서 마주한 이응노의 ‘춤’ 역시 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몸짓은 선이 되고, 선은 다시 우주적 리듬으로 확장된다.

전시와 연계된 프로그램도 순차적으로 마련된다. 전시연계퍼포먼스는 이날 안은미 작가를 시작으로, 15일부터 17일까지 존 클랭, 6월 13일 안보미 작가의 무대로 이어진다. 안보미 작가의 퍼포먼스에는 이스칸다르 무다, 아불 하피즈드 암룰라, 아흐마드 미르자 등이 퍼포머로 참여할 예정이다.

전시 연계 낭독 상영회는 오는 7월 4일부터 5일까지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진행된다. 유운성의 진행으로 경인콜렉티브와 소요헨, 장보윤 작가가 참여해 전시의 주제와 연결되는 영상·텍스트 기반의 사유를 확장한다.

마지막으로 전시 연계 콜로키엄은 오는 8월 4일과 5일 ‘코스모 아시아 피플: 지정학에서 행성성으로’라는 주제로 이뤄진다. 이택광이 모더레이터를 맡고 김항과 고쿠분 고이치로, 남수영, 라몬 보멘 구이레모, 루카 레이 장, 마노지 NY, 사이토 고헤이, 위니 이, 하남석, 황호덕 등이 대담자로 참여해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과 문제의식을 다각도로 논의할 예정이다.

김광희 기획자는 “어떠한 순서 없이 우연한 조합으로 나열한 세 가지 낱말에서 ‘코스모’는 나눠 갈라지는 세계가 구성하는 다원적인 것, 그리고 결국 그러한 세계들이 이뤄야 하는 다성적 환경을 제안한다. ‘아시아’는 비서구적 세계의 독특한 서사와 실천을, ‘피플’은 개개인의 집합이 아닌 공존과 평등의 상황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에 참여한 아시아 31인의 예술가는 다성적인 우주의 조화와 신비, 비서구적 주체들의 삶,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난 피플의 가능성에 잇대 익숙해져 버린 미래를 낯설게 하고 다르게 상상할 수 있는 감각을 일깨운다”고 덧붙였다.

김상욱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인류가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인간과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미래를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아시아의 다양한 시각을 살펴보는 자리”라면서 “이번 전시가 5월 광주가 보여준 상생의 정신을 되새기며,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미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글·사진 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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