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유재성 빵글빵글 대표 "유기농 재료로 건강한 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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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유재성 빵글빵글 대표 "유기농 재료로 건강한 빵 제공’"

2022년 광주 계림동 빵집 창업
‘연중무휴’ 오전 6시 가게 오픈
유기농 밀·천연발효종 등 사용
어린이·임산부·어르신에 인기
매주 청소년 복지시설 빵 기부
자립준비청년 채용·직업교육

유재성 빵글빵글 대표는 “빵글빵글을 찾아주신 모든 분이 안심하고 빵을 먹을 수 있도록 재료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나비파이, 전주 초코파이, 군산 단팥빵, 대전 튀김소보로 등 ‘지역 랜드마크 빵’을 맛보기 위해 빵투어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빵지순례를 하며 죽어가던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이 때문에 동네 곳곳에 빵집들이 생겨 나고 있지만 얼마 못가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열악한 여건에도 유기농 밀과 천연발효종을 사용해 건강한 빵을 만들면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에 있어 화제다.

광주 대표 구도심인 동구 계림2동에 있는 ‘빵글빵글’이 그 주인공.

보통 빵집,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대표나 제빵사들은 학창시절에 제과·제빵교육을 받거나 교육을 이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곳 유재성 대표(49)는 이력이 독특하다.

그는 학창시절 외식업에 대해 ‘관심이 1도’ 없었다. 심지어 계림동 출신으로 호남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2000년에 졸업한 그는 상경해 당시 유망한 IT업계에 들어가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맡았다.

또 우연치 않게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중고차 매매단지를 지나던 중 수입자동차에 꽂혀 취업 1년 만에 오토미션 정비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덕분에 영문화된 수입차 정비메뉴얼, 회로도를 수월하게 읽었고, 그 경험을 살려 2009년까지 서울의 한 종합카센터에서 정비업까지 했다.

8년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자신감이 생긴 유 대표는 2011년 고향인 계림동에 수입차 전문수리업체 ‘민들레모터스(보쉬카센터)’를 창업했다.

직원 1명과 함께 입소문을 통해 점차 ‘수입자동차 수리 명소’로 자리를 잡았던 그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왔다.

2017년 서울에 올라가 목과 허리를 크게 다쳐 1년간 재활을 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기적처럼 다시 일어섰지만 후유증 때문에 근력이 떨어져 힘을 써야 하는 자동차 정비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시 그는 자동차 관련 직업을 찾으려고 했지만 현실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무엇을 할까’하며 몇 날 며칠을 진로를 고민하던 중 지인이 금남로에서 빵집을 경영하고 있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랐다.

손기술에 자신이 있었던 유 대표는 2022년 2월부터 수시로 지인의 빵집을 찾아가 제조과정을 하나하나씩 습득해 나갔다. 그 결과 2022년 6월 9일 카센터를 헐고 2층 규모의 베이커리 ‘빵글빵글’을 세웠다.

빵글빵글 가게 전경.


오픈 초창기에는 그를 포함해 대표 제빵사 2명, 매장 직원 2명으로 시작했다. 동네 곳곳에 이미 자라잡은 대형 프렌차이즈 빵집을 대적할 만한 방안에 고심했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좋은 빵은 좋은 재료로부터 나온다’며 5개의 약속을 영업전략으로 내세웠다. ‘모든 빵은 직접 제조’, ‘유기농 밀과 천연발효종 사용’, ‘마가린·쇼트팅 대신 풍미가 좋은 우유·버터 사용’, ‘우유 생크림 사용’, ‘화학첨가제·보존제 미사용’ 등이다. 또 혈당이 높으신 어르신과 자극적인 재료는 피해야 하는 임산부, 어린아이도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빵을 만들기로 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통밀빵’. 오랜 반죽, 발효 과정을 거친 이 빵은 소화가 잘되면서 어린이와 학부모 등으로부터 인기가 많다.

유 대표는 “모든 사람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우리밀은 수입밀에 없는 복합 다당류 단백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면역 기능을 높여주고 노화를 억제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재배될 뿐만 아니라 가공 공정이 덜해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을 알았을까 손님들은 이 집을 건강 빵집으로 불리게 됐다.

인터넷, 스마트스토어 구입 후기에는 ‘다 건강하고 맛있다’, ‘누구든지 먹을 수 있어 좋아요’ 등 호평하는 다양한 글이 게재돼 있다.

그러나 나만의 베이커리를 운영한다는 것은 빵 맛만 생각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2022년 광주에서의 2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소식을 언론보도로 접하면서 이들 자립청년을 대상으로 직업 체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곧바로 동구 보육시설, 서구 쌍촌동 광주자립지원전담기관을 찾아가 자립준비청년에게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는 자신의 취지를 설명했고 이들 기관의 공감을 얻어 프로그램을 실행해 나갔다.

그 결과 자립준비청년 4명이 이곳에서 6개월~2년간 제과·제빵업을 경험하고 자신의 진로를 찾아 나갔다.

유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은 상대적으로 사회 경험이 적다보니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빵사가 아니어도 그 순간 여러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다. 이웃사랑,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22년 9월부터는 동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별별동구 사회공헌 돌봄 프로젝트’ 사업에 적극 참여, 매주 아동·청소년 복지시설을 찾아 빵을 전달하고 있다. 2024년 1월부터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E.T야구단에 매월 빵을 기부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365일 연중무휴 오전 6시에 문을 여는 유 대표는 “빵글빵글을 찾아주신 모든 분이 안심하고 빵을 먹을 수 있도록 재료 관리에 집중하겠다”며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에 뒤지지 않는 빵을 만들어 발생한 수익을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환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재성 빵글빵글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직원들이 직접 만든 빵을 들고 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사진=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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