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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식당을 찾은 이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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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식당 자원봉사자들이 쌀을 후원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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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시장 알리미봉사단과 주민들이 김장 담기 체험을 진행한 뒤 손수 만든 김치를 맛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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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국, 3개의 반찬으로 구성된 화목식당의 백반 |
사회적 고립 청년 외부활동 유도 목적으로 시작
자원봉사자들 뛰어난 손맛에 하루 90여명 방문
“홍보 집중…인근 학생들에게도 맛난 집밥 제공”
지역사회 내 소외계층과 나눔을 실천하는 이른바 ‘1000원 식당’이 광주에서 늘고 있다. 동구 대인시장 내 위치한 ‘해 뜨는 식당’으로 시작된 1000원을 주제로 한 나눔활동은 서구 ‘천원국시’, 광산구 ‘천원한끼’ 등 자치구의 시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광주 북구에서도 단돈 1000원에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 있다. 동부시장 내 자리를 잡은 ‘화목식당(천냥밥상)’이다.
지난해 6월 11일 문을 연 이곳은 개인, 자치구의 시책이 아닌 동부시장 상인회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화목식당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인회에서 ‘알리미 봉사단’이란 단체가 태동을 시작했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동부시장 상인회 사무국장이자 현재 화목식당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정철욱씨는 인근 고시텔, 원룸의 청년, 장년층을 시장으로 유도해 활력을 돌게끔 하는 식당을 운영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동부시장 인근에는 공시생이나 사회와 단절하거나 사회적 고립에 빠진 청년 취약계층이 다수 살고 있다”며 “이들을 밖으로 나오게끔 만들어 보고자 따뜻한 식사 한 끼를 제공하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었다. 식당을 열려 해도 결국 ‘돈’이란 현실에 가로막히게 됐다.
그러나 정 대표는 주민들과 합심해 식당 운영을 시작해보겠다고 밝혔고, 이 소식이 퇴직교원 단체인 삼락회에 알려지면서 상인회와 삼락회가 함께 하는 ‘동부삼락’이란 단체가 결성, 후원을 통해 금전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성과를 거뒀다.
재원이 해결됐지만 메뉴도 발목을 잡았다.
그는 “백반과 국밥으로 의견이 갈렸다”며 “하지만 국밥은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대표 메뉴를 백반으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금전적 문제와 메뉴까지 정한 정 대표는 식당 운영과 가격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상인회 봉사단체와 지역 내 자원 봉사자들이 식당의 도움을 빌리는 만큼 매일 같이 운영을 하게 될 경우 일손 부족 문제를 겪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가게 이름도 여기서 따와 ‘화목식당’이 됐다.
정 대표는 “식대는 1000원으로 정했다. 젊은이들을 위한 식사인데, 어르신들처럼 아무 대가 없이 무료로 주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며 “그래서 상징적으로 1000원을 받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문을 연 화목식당은 청년, 장년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하루 80~90명이 방문할 정도다. 지난해 11월 말부터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50~60명 정도로 줄었다.
정 대표는 많은 이들이 화목식당을 찾는 이유로 ‘맛’을 꼽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손맛’ 좋은 주부인 데다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 식사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특히 소시지를 계란물에 부친 ‘소시지 전’ 등 청년층의 입맛을 사로잡는 메뉴들로 만족도가 높다.
그는 “광주 내 여러 천원 식당들을 돌아다니며 맛을 봤는데, 목화식당의 맛과 양은 어느 식당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가장 인기 있었던 메뉴는 초복에 준비한 삼계탕이었다.
닭부터 육수, 부재료까지 정성스레 준비해 깊은 맛을 냈고, 180그릇이 나가면서 방문객들로부터 ‘또 먹고 싶다’는 의견을 다수 받았다.
맛과 양 모두를 충족하는 화목식당은 인근 청·장년층을 넘어 어르신들에게까지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이처럼 화목식당이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정 대표에게는 고민이 있다. 바로 부식 조달이다.
후원 대부분이 질 좋은 쌀로 들어오는 터라 밥맛은 항상 보장돼 있지만 ‘1국 3찬’으로 구성된 백반의 반찬을 매번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인들과 인근 말바우시장에서 채소를 공급해 주기도 하지만 소시지나 어묵 등 기성품 같은 것은 직접 구매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때론 청장년층이 원하는 반찬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가 있다.
정 대표는 “몇 끼는 자비로 해결할 수 있는데, 더 맛있는 것을 해주려다 보니 부식이 애로사항이다”며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모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또 식사 장소가 상가 통로에 위치한 만큼 냉난방도 문제다.
냉방은 에어컨, 선풍기로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난방은 차가운 한기로 인해 해결이 어렵다
다행인 점은 동부시장이 도시재생사업에 포함되면서 천장 공사가 이뤄져 일정 부분 해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12일 한 해 영업을 종료한 화목식당은 올해를 준비하고 있다. 1월 14일 영업을 재개하려 했지만 추워진 날씨 탓에 설 명절이 끝난 2월부터 오픈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개장을 미뤘지만, 올해는 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것을 목표로 홍보에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가 준비 기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나눔을 확대하는 시기라 생각한다”며 “맛과 양이 훌륭하다는 소식이 알려져 인근 전남대학교 학생들까지 방문해 맛있는 집밥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또 젊은 친구들이 될 수 있으면 자주 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데, 어렵지만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이산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